비즈니스 기본으로 돌아가자
석연호/KOCHAM 고문·전 효성아메리카 사장
얼마 전 딸이 골프를 배우는 첫 시간의 일이다. 코치의 첫마디가 “골프도 운동이나 공부와 마찬가지로 기본 동작을 잘 알아두라”면서 “골프공이 잘 맞지 않을 때는 자신의 기본 동작을 다시 점검하라”고 강조했다. 요즘 필자가 비즈니스 컨설팅을 하면서 느끼는 점은 비즈니스에도 기본 동작이 잘 돼 있는지 가끔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얼마 전 연방의회에서 오랜 시간을 끌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통과가 됐으니 아마도 한미 무역도 FTA를 맞아 활발히 진행될 것이다. 뉴스에서는 자동차, 전자제품과 같은 단위가 큰 제품에만 초점을 맞춰 무역 대국이라 자화자찬하는데, 이럴 때일수록 우리 수출기업들은 과연 어떻게 대미 수출에 대비하고 있는지 자체적으로 점검을 해 볼 필요가 있다.
실물 거래의 국제무역에서는 샘플과 가격 제시가 중요하다. 바이어는 제품 개발 차원에서 변경된 제품을 샘플로 요구 하는 경우도 많다. 이 때 샘플을 만들 수 없을 것 같다는 판단이 서면 즉시 바이어에게 무슨 문제로 제작이 불가함과 가능한 부분이 어디까지 인지 분명히 알려야 바이어들도 차선의 방향을 제시하거나 포기를 하게 된다.
그러나 때로 어떤 기업은 이런 상황에 대한 설명 없이 그저 내부에서 해결하려고 하면서 시간이 흘러 약속 날짜를 1~2주일 지나도 아무런 진척 사항의 메일이 없는 경우도 있다. 궁금해서 메일을 보내면, 만들고 있으니 좀 기다려 달란다. 때로는 그때 가서야 샘플 비용과 운임을 어떻게 할거냐고 되묻기도 한다. 일주일이 지나서 또 독촉하는 메일을 보내고, 결국은 퇴근 길에 몇 번의 국제전화로 추가 독촉을 해서 겨우 샘플을 받는다. 반가운 마음에 포장을 열면 요구한 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경우도 종종 있다. 다시 한번 국제전화로 샘플에 대한 설명을 듣는데 구차한 변명이 이어진다. 진정한 무역 대국이 되려면 좀 더 솔직하고 당당한 자세가 절실히 요구 된다.
필자는 70년대 초반 종합상사에서 무역업무를 배웠는데 그 당시 해외 바이어와의 의사소통 수단은 고작, 미국까지 7일이나 걸리는 항공우편, 비싼 국제전화, 그리고 텔렉스 뿐이었다. 그 중에 가장 보편화 된 수단은 텔렉스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구멍을 찍으면서 서투른 텔렉스를 친 후 늦은 퇴근길을 재촉했던 때도 많았다.
요즘 세상은 어떤가. 컴퓨터가 모든 것을 간편하게 해결해준다. 자판을 두드리면 내용 수정도 쉽고 단추 하나만 누르면 몇 초안에 내용이 전송된다. 사진이나 수백 페이지의 서류도 즉각 전달 되는 세상이다. 그런데 문제는 컴퓨터를 통해 빠르고 쉽게 전송을 해도 답신이 예전보다 늦게 들어오니 답답한 노릇이다.
답변이 곤란하면 아예 답을 안 한다. 보낸 이는 상대방이 메일을 받았는지 궁금해하며, 회신이 올 때까지는 처리되지 안된 그 일이 자꾸 머리 속에서 맴돌다 급기야 전화로 재확인하는 경우도 있다. 간단한 답신은 상대방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가 아닌가 싶다.
바이어와 소통하는 자세나 샘플을 처리 하는 자세는 비지니스맨의 가장 기본 자세로 교육을 많아 받아서 잘 진행 되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다. 우리 한인 비즈니스맨들이 혹시 이 두 가지의 ‘기본 스윙’을 잊지 않았는지, 무역대국으로써 한·미 FTA로 한판 승부를 걸 이즈음에 한 번쯤 점검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