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43년에는 미국에서 백인이 소수인종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언론에 나와 사람들의 눈길을 끈 적이 있다. 아직은 먼 이야기로 느껴지는 데다 미국이 백인우위인 나라여서 백인들이 엄살 좀 부리는 것이라고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의 정치/경제/사회 각 부문에서 여러 인종이나 민족중 특히 히스패닉의 영향력이 날로 커지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최근 미국 공화당이 지난 대통령선거 패배의 주요 원인중 하나로 히스패닉 유권자들의 니즈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점을 지적하며 향후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변화상을 보여주는 사례중 하나이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후보와 민주당이 이민법 등 소수인종들의 이해관계에 귀를 기울인 반면 백인거부인 롬니 후보와 공화당은 부상하고 있는 히스패닉의 정치파워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이를 소홀히 한 것이 주요한 패착이었다.
히스패닉은 미국에서 이미 백인에 이어 제2의 인구비중을 점하고 있지만 특히 눈길을 끄는 점은 여전히 높은 이민인구 유입추세와 자녀출산률 등으로 인해 그 인구구성비를 계속 높여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같은 변화가 미국 소비시장에도 큰 변화를 미치는 것은 물론이다. 라틴아메리카나 미국내 히스패닉계에서는 소녀가 15세가 되면 이를 기념하고 축하하는 ‘퀸세아녜라’라는 날이 있다. 선물이나 축하용품이 많이 팔리는 날이다. 지난해 미국에서는 매일 1,008명의 히스패닉 소녀가 15세가 됐는데 2006년에는 그 숫자가 934명이었으니까 6년사이에 8% 증가한 것이다.
미국에서 히스패닉인구가 전연령층에 걸쳐 늘어나고 있지만 특히 젊은 연령층일수록 증가속도가 더욱 가파르다. 현재 35세 이상의 미국인중 히스패닉은 12%인 데 비해 6~34세사이의 연령층에서는 1/4 가량이 히스패닉이다.
5세이하의 유아들에 있어서는 히스패닉이 이미 절반에 달하고 있고 1~2년후에는 백인을 제치고 미국내 최대 인종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을 정도이다. 향후 미국 소비시장 구조의 변화와 관련해서 눈길을 끄는 대목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히스패닉은 타인종이나 민족에 비해 소비성향이 높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히스패닉의 재량적 지출(기초생활비 외의 지출)은 14%나 늘어났다. 비히스패닉의 재량적 지출이 전년도와 거의 변화가 없었다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같이 히스패닉의 소비성향이 높은 데다 젊은 층은 기본적으로 소비지출성향이 더욱 높다는 점에서 미국내 인구비중이 폭발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히스패닉의 젊은 층은 중요한 타깃마켓층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아시아와 중동에 이어 최근 유럽과 미국에서도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한류바람은 히스패닉 젊은 층 소비자들에게 더욱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촉매제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히스패닉시장은 미국만이 아니라 라틴 아메리카 전역에 걸쳐 있다고 할 수 있다. 신흥시장인 중남미의 소비자들이 미국의 히스패닉과 동일한 언어, 문화, 사회적 배경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공통언어인 스페인어의 광고활용, 라틴 문화/관습 이용, 높은 소비성향의 활용 등 히스패닉 소비시장의 특성과 시장진출 방안을 더욱 면밀하게 분석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