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중앙일보] 원숭이의 영민함이 필요한 때(미국중소기업지원센터, 천병우 센터장) KOCHAM January 22, 2016

[뉴욕중앙일보] 원숭이의 영민함이 필요한 때(미국중소기업지원센터, 천병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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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년 새해가 밝았다. 붉은 원숭이의 해다. 흔히 원숭이는 민첩하고 영민한 동물로 알고 있다. 세계경제 흐름을 볼 때 올해에는 어느 때보다 원숭이처럼 정말 부지런히 영민하게 살아야 할 것 같다.
지난해 글로벌 저성장과 유가하락 등 여러 악재들로 한국 굴지의 대기업들도 매출성과 면에서 2년 연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그간 성장을 지탱해온 조선 반도체 철강 자동차 등 한국의 주력 산업군마저 지표상 2012년 이후 연속 하방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지난해 무역 1조 달러 달성에 실패하면서 성장 한계에 직면했다는 등 우려의 목소리들이 많아졌다.
지표만을 놓고 보면 우려할 만한 것도 사실이나 지난해 대부분 국가들이 공통으로 겪은 글로벌 경기둔화 등 외적 요소들을 감안한다면 그렇게 부정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다.
한국 정부는 이미 몇 해 전부터 산업구조 개편 작업을 추진해 온 바 있다. 한국 내 제조업 공동화와 제품의 경쟁력 저하에 대응한 제조업혁신 3.0을 강하게 주도해왔다. 기술.산업간 융합 R&D중심 고부가 서비스 산업으로의 재편 등이 주요 골자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가격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더 이상 사람이나 기계에 의존한 생산가치보다 R&D 디자인 브랜드 등 지적 자산에 더 역점을 둔 이른바 제조업의 고부가가치화와 기술.산업간 융합 등을 통한 경쟁력 제고 등이 핵심이다.
이 전략은 기존 제조업에 3D 프린팅 사물인터넷 등 신기술의 융합화를 통해 기존 산업의 고부가가치화는 물론이고 핵심 기술의 상용화도 빠르게 진전시킬 수 있다. 얼마 전 폐막한 올해 소비자가전쇼(CES)에서도 지난해에 비해 상용화의 진전이 빨랐던 의료기기와 웨어러블 스마트 홈 등 분야에서 한국기업들이 다소 약진을 보인 점은 정책성과의 사례가 아닌가 생각한다.
문제는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제품의 점유율을 높이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상품의 시장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선택과 지원이 더 필요하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기술과 디자인 역량이 뛰어난 기업이 가격경쟁력까지 갖출 수 있다면 어떤 시장에서도 승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수한 R&D 디자인 역량을 보유한 기업은 생산방식을 다원화 유연화 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즉 정부지원 대상에 ‘Made in Korea’만을 고집하기보다는 제품의 시장가격을 맞출 수 있도록 ‘Designed by Korea’ ‘Made by Korea’로 지원 대상의 폭을 넓힐 필요가 있다. 우수한 디자인 역량과 기술개발 가치를 결국 수익으로 환원시키려면 먼저 제품이 시장에서 잘 팔려야 하고 잘 팔려면 시장가격에 맞출 수 있는 제조의 유연성이 있어야 한다. 고비용 생산구조 속에서 무작정 ‘Made in Korea’만을 요구한다면 힘들게 개발한 혁신제품도 가격부담으로 인해 시장에서 팔리지 않아 자칫 기술까지 사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아는 한 스타트업 기업은 시장개척을 위해 아예 창업을 미국 현지에서 하고 R&D만 한국에서 하고 있다. 만일 이 기업이 수익을 낸다면 결국 그 기술의 부가가치만큼은 한국으로 환원될 수 있을 것이다. 동대문상가는 오래 전부터 패션 주얼리 상품 메카로 각광받고 있다. 젊고 발랄한 신진 디자이너들이 만들어내는 패션 주얼리 제품은 디자인이 빼어나기로 미국이나 홍콩 등의 바이어로부터 인정받는다. 그러나 결국 제조원가 부담으로 인해 생산을 대부분 중국 등에서 하는 것이 현실이다. 생산원가를 줄이는 대신 디자인 가치를 공급가격에 조금 더 반영할 수 있고 바이어 대응가격도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Made in Korea’가 아닌 까닭에 그간에는 정부 지원 대상에서 후순위로 밀려 왔다.
지금처럼 국가 간 기술경쟁이 치열하고 격차마저 점차 줄어드는 상황에서는 어디에서 만든 제품인지보다 얼만큼의 가치를 제공하는 제품인지가 소비자 선택의 중요기준이 된다. 지식가치가 생산 가치를 뛰어넘는 시대 즉 창조경제 시대에 걸맞는 지원시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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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월 20일 중앙경제 2면>

https://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3973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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