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유세준, 한국관광공사 뉴욕지사장) KOCHAM November 7, 2012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유세준, 한국관광공사 뉴욕지사장)

유세준

광산업은 텔레비전이나 자동차와 같은 제품이 아니라 그 나라, 그 지역의 이미지를 파는 산업이다. 따라서 잠재 구매자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고 이를 구매로 연결시키는 작업은 경영학의 마케팅보다는 인문학의 심리학에 더 가까울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미국에서 한국 관광을 소개하고 많은 미국인들이 한국을 방문하도록 일을 하고 있는 필자에게는 미국 내에서의 한국의 이미지는 매우 중요한, 아니 가장 중요한 요소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미국 내에서 한국의 이미지는 대략 세 단계의 변화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전쟁이 끝난 후 1950~1960년대는 전쟁의 상처와 아픔을 가진 낙후되고 빈곤한 국가의 이미지였다. 미국 드라마 ‘매시(MASH)’로 상징되는 한국의 모습은 미국인들에게는 방문하고 싶은 국가가 아니라 도와줘야 하는 국가의 이미지로 각인됐다. 이런 모습은 1970년대에 들어오면서 일부 해소가 되지만 민주화 과정에서의 갈등모습이 미국 언론에 자주 소개 되면서 한국의 긍정적 이미지를 심는 데는 여전히 부족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1980~1990년대의 눈부신 경제 성장과정을 거치면서 한국의 이미지는 변화하기 시작한다. 88올림픽을 거치면서 국력신장을 이루고 삼성ㆍ현대ㆍLG 등의 대기업이 만든 전자제품, 자동차 등이 인기를 끌면서 적어도 ‘하드파워’ 면에서는 일정 부분 이미지 개선에 성공하게 된다. 이어 2000년대 들어오면서 핸드폰을 중심으로 한 ‘IT파워’가 더해진데다 한류의 영향력까지 가세하면서 이제는 ‘소프트파워’까지 겸비한 강력한 한국의 이미지가 구축됐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이런 한국의 이미지를 한 단계 높이는 강력한 요소임에 틀림없다. 유튜브 조회건수가 5억 건을 넘어서면서 거의 모든 미국 메이저 신문ㆍ방송이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취재, 방영했다. 필자도 지난 9월 14일 맨해튼 한복판 록펠러 센터 앞에서 개최된 싸이의 공연에서 그 열기를 직접 체험한 바 있다. 새벽부터 1000여 명의 미국인들이 싸이의 노래에 열광하면서 뜻도 잘 모르는 노래를 따라 부르고 열광하는 모습은 가히 인상적이었다. 일부 여성팬들은 "PSY, Will You Marry Me." 라는 피켓까지 직접 제작해 들고 나오기까지 했다.
결과가 원인을 설명한다는 말이 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성공이라는 결과에는 분명히 그 이유가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나름대로 분석한 이런 저런 글들을 많이 읽어 보았다. B급 문화의 승리라던가 과거 마카레나 춤과 비교하면서 ‘One Hit Wonder’ 로 끝날 것이라는 등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한국적인 것에서 그 성공 요인을 찾고자 한다.
싸이도 어떤 인터뷰에서 언급한 바 있지만 강남스타일은 결코 세계무대를 겨냥하고 만든 곡이 아니다. 한국인을 겨냥하고 그야말로 내수용으로 만든 곡이었다. 그것이 세계를 움직이고 세계인의 마음을 흔든 것이다. 강남스타일에 영어라고는 스타일과 섹시레이디라는 단어 밖에 없다. 그러나 노래 전반에 흐르는 한국의 흥겨움이나 정서, 말춤에서 나타나는 한국의 역동적 기운 등에 세계인이 공감한 것이 성공의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관광은 가장 한국적인 것들을 보여줘야 한다. 한국의 에너지나 기운을 상징할 수 있는 태권도나 ‘Temple Stay’, 우리의 신명 나는 흥겨움을 보여 줄 수 있는 K-POP, 난타 및 점프 공연, 미국인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우리만의 정을 보여 줄 수 있는 한국 드라마 또는 재래 시장 등이 훌륭한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 ‘The Only One’ 이 ‘The Best One’ 이다. 한국관광의 3대 키워드 기ㆍ흥ㆍ정을 적극 활용한다면 미국관광객 100만 명 유치도 그리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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