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애니메이션 ‘넛잡(The Nut Job)’이 미국을 비롯한 북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올해 초 미국에서 개봉한 ‘넛잡’은 개봉 직후 박스오피스 2위에 오르는 등 한국 영화 사상 최고의 흥행 기록을 세우고 있다고 한다. ‘넛잡’은 1950년대 후반을 배경으로 도시에서 살아가는 다람쥐 ‘설리’와 생쥐 ‘버디’가 짝패가 되어 모험을 벌이는 내용의 3D 입체 애니메이션이다. 한국의 대통령까지 올해 1월 문화가 있는 날인 29일 이 영화를 관람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매달 마지막 수요일을 문화가 있는 날로 지정하고 영화, 스포츠, 공연, 박물관, 고궁 등 문화시설을 무료 또는 할인 관람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혜택을 준다.
세계 문화의 수도라는 뉴욕에 살면서 브로드웨이 뮤지컬, 링컨센터 공연예술,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등 수준 높은 문화예술 공연이 항상 부러움의 대상이었기에 국산 애니메이션 ‘넛잡’의 흥행 소식은 우리의 문화컨텐츠 수출산업이 새로운 국가 먹거리산업으로 성장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 주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고유한 한국문화를 바탕으로 한 세계가 공감하는 컨텐츠가 많이 부족한 실정이며, 지역적으로도 한류가 활성화 된 일본, 중국, 동남아 외에 세계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 시장에 대한 개척이 미흡한 실정이다. 중국의 경우만 보더러도 쿵푸 팬더, 뮬란 등 중국의 전통문화를 활용한 세계적인 컨텐츠 제작 우수사례가 많지 않은가.
우리 문화의 우수성은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지난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황금의 나라, 신라전’ 특별전을 다녀왔다. 장소가 협소한 점은 있었지만 석굴암 제작 과정을 3D 입체 영상으로 보여주기도 하고 금동미륵반가사유상의 은은한 미소는 신라의 미를 세계에 각인 시켜 주는데 손색이 없었다. 현지 전문가들도 신라의 감각이 21세기에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하는 등 미국 언론들로부터 연일 호평을 받고 한국문화재 해외전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고 한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란 말이 있듯이 전통 한국문화를 바탕으로 한 컨텐츠가 세계 시장에 통할 수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예라고 하겠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수출입은행은 우리기업의 수출입, 해외투자, 해외자원개발 지원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대외 정책금융기관으로, 해외건설·조선해양·자원개발 등 대규모 프로젝트 지원 이외에도 지식서비스·보건의료 등 일자리 창출효과가 탁월한 미래 창조형 산업에 적극적으로 금융지원을 하고 있다. ‘넛잡’의 경우에도 제작비 지원과 아울러 국내 금융기관 최초로 문화컨텐츠 해외홍보(P&A: Print & Advertisement) 자금을 지원하여 각종 매체를 통한 ‘넛잡’의 홍보·마케팅으로 흥행 성적을 한층 높이는 계기를 마련한 바 있으며, 우리기업이 투자개발을 통해 토종브랜드, 한류드라마, 게임, 영화 등을 만들어 해외시장에 보다 활발히 진출할 수 있도록 지식재산권(IP : Intellectual Property)에 기반한 해외매출을 수출로 인정하는 IP 수출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지식서비스, 문화컨텐츠 산업의 경우 산업 성숙도가 낮고 업종 리스크는 높아 금융시장의 실패가 일어나기 쉽기 때문에 창의적인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글로벌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국내기업이 해외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기술개발부터 최종 수출에 이르기까지 안정적인 자금지원과 해외진출 금융 노하우가 반드시 필요하다. 수출입은행은 그 동안 금융지원을 통해 세계적인 반열에 올린 조선, 플랜트, 녹색부문처럼 우리 문화 창조기업들이 보다 많은 컨텐츠를 개발, 수출해 국부창출에 이바지 할 수 있도록 금융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2014년 2월13일(목) 중앙경제 종합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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