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미국에 온지는 이제 횟수로 27년째가 된다. 그런데 미국에 처음 와서 뉴저지 한인타운 인근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의아한 사실 하나를 알게 되었다. 다수의 한인동포가정 자녀들이 한국어가 익숙하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물론 당시만해도 지금과는 달리 ‘미국에 왔으면 미국인으로 살아야 한다’, ‘무조건 영어만 잘하면 된다’, ‘한국어가 능숙해도 별로 득 될 일 없다’ 라는 한인사회 분위기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 왜 우리 부모님은 내가 어렸을 때 한국어를 가르쳐 주시지 않았을까?’라고 우스개 소리를 하는 동포 2세 친구들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그만큼 시대가 변했고, 대한민국의 경제력이나 위상이 예전보다 훨씬 커졌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케이팝을 필두로, 케이푸드, 케이뷰티 등 한류(K-WAVE)은 어느덧 미국땅에 자리를 잡았고, 우리기업들 역시 하나 둘씩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하며, 미 전역에 대한민국의 위상을 널리 떨치게 되었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당연히 시대의 흐름은 예전과는 달리 한인동포로서 한국어를 못한다는 것이 흠이 될 정도로 한국어가 미국사회에서 필요해진 언어로 부상하며 그 영향력은 점점 더 커져가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만큼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수요 역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뉴욕한국교육원에 올라온 자료에 따르면 현재 뉴욕주에 위치한 한국학교는 65개, 뉴저지주에는 35개가 있다고 한다. 물론 이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종교단체들에서 운영하는 소규모의 한국학교들도 있을 것이다. 그나마도 나름 한인들이 많이 분포하는 지리적 여건으로 이 정도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솔직히 이 지역 한인사회규모를 감안한다면 턱없이 부족한 숫자임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이들 학교들의 노력과 희생으로 우리 동포자녀들이 한국어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니 얼마나 다행한 일이 아닌지 모르겠다. 필자에게도 한인2세 아내와의 사이에서 미국에서 태어난 두 아이가 있다. 그나마 큰 아이는 어려서부터 양가 조부모님께서 돌봐주셔서 인지, 띄엄띄엄 한국어를 곧잘 한다. 반면, 둘째는 한국어가 많이 부족한 편이다. 그도 그런 것이 큰 아이는 어려서부터 매주 한국학교를 다녔고, 당시만해도 코로나19 팬데믹 발생 전이라서 토요일 전일 교육이 이루어졌고, 한글뿐 아니라 수학, 예체능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있어 주말 한국학교가는 것을 재미있어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둘째는 펜데믹 이후부터 한국학교를 다녔고, 토요일 2시간만으로는 부족했는지 영 관심을 보이지 못했다. 아무래도 수업이 한국어로 진행되다 보니, 한국어를 전혀 못했던 둘째에게는 어려웠던 거 같았다. 답답했던 필자는 혹시 도움이 될만한 게 있을까 조사를 해보던 과정에서 놀라운 사실을 하나 발견하게 되었다. SNS 동영상 채널에 영어로 한글을 가르쳐주는 콘텐트가 상당히 많이 있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들 대부분 콘텐트는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제작된 것이었다. 아무래도 한국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들을 위해 제작한 게 아닌가 싶다. 이중 일부를 둘째 아이에게 보여주며 매일 30분씩 시청하게 했다. 결과는 확실히 달랐다. 아이가 한글 자음, 모음의 뜻을 이해하고 언어로서 숙지하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그 덕분에 느낀 것이 하나 있다. 예전에 잠시 한국학교 관련 일들을 담당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대다수 한국학교들의 수업이 모두 한국어로 진행되었고,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내 아이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학부모의 입장에서 보니, 한국어를 아예 모르는 사람에게 한국어로 교육을 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물론 이제는 달라진 한국의 위상에 따라 미국 내 한국학교들도 영어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과정이 생기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자고로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 란 말이 있다. 말 그대로 교육은 국가와 사회발전의 근본 초석이기 때문에 백 년 앞을 내다보는 큰 계획이라는 뜻이다. 한국어 교육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미국에서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뿐 아니라 한국문화를 사랑하고 한국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한국어를 제대로 알릴 수 있도록 한국어 교육 역시 시대변화와 흐름에 맞추어 계속 발전해 나갔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