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세계는 올해 초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후 강력한 관세정책 기반의 Make America Great Again 비전 실현을 위한 대대적인 정책 실행방안을 목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구현하려는 ‘위대한 미국’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MAGA 비전에서 ‘Again’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즉 과거에 미국이 달러와 안보를 댓가로 글로벌 차원에서 확보했던 정치 경제적 영향력을 재건하겠다는 것이다. 과거와 다른 점은 이러한 정책 실행에 소요되는 자금을 미국 혼자만 부담하지 않고 관련국들에게도 부담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미국 연방정부 부채의 이자비용만 매년 1조 달러에 육박하는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에, 현재의 관세 전쟁은 금융 및 환율 시장과 연계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전부터 정책의 목표를 “단순히 세수를 늘리거나 중국 및 특정 무역 적자국을 제재하는 수준을 넘어서, 미국의 경제주권 회복과 글로벌 무역질서 재편을 지향한다”고 명확하게 천명하였다. 이를 위해 미국 제조업의 재건을 통해 서비스 주도의 산업 공동화 문제를 해결하고, 중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사슬을 재편함으로써 글로벌 패권 전쟁에서 미국의 위상을 강화하겠다는 의도이다. 미국은 심각한 무역적자 해소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10%대 제조업 비중으로는 상품수지 개선이 어려우니 당장에는 관세를 부과하면서 에너지를 팔아서 무역수지를 개선하고, 중장기적으로 제조업 투자를 통해서 산업 공동화를 해결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美中 간의 치킨게임은 미국의 스태그플레이션, 중국의 디플레이션을 고려할 때, 상호 간에 견디기 힘든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을 것이므로 조만간 협상이 완료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실리가 우선인 미국과 달리 중국은 명분도 중요하기 때문에, ‘中國夢’과 ‘American Dream’의 충돌은 자칫 환율 전쟁까지 확산되어 세계 경제를 경기 침체가 아니라 경제 위기까지 몰고 갈 수도 있다는 우려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은 클린턴 대통령 시절인 2001년 WTO에 가입한 이후 매년 10% 수준의 성장을 실현하면서 세계의 공장으로 성장하였고, 2013년에는 ‘一帶一路’, 2015년에는 ‘중국제조 2025’ 정책을 본격 추진하면서 글로벌 차원의 양적, 질적 성장을 도모하였고,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어느 정도 자신감도 확보하였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견제는 중국의 GDP가 미국 GDP의 50%를 넘어선 오바마 정부에서 시작되어 트럼프 1기 정부와 바이든 정부를 거쳐 지속 추진되었지만, 미국이 의도했던 성과를 거둘 수 없었고, 이러한 평가는 트럼프 2기 정부의 강력한 견제 정책으로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패권 경쟁은 전쟁으로 승패가 결정되기 전까지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자국시장뿐만 아니라 해외시장에서 사업기회를 발굴하고 글로벌 차원에서 성장하려는 기업들은 장기전에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부과하는 관세는 수출업자, 환율, 수입업자, 고객사가 나눠서 분담할 것인데, 만약 자체적인 혁신과 글로벌 공급망 최적화를 통해 관세를 흡수할 수 있다면,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저원가와 고품질의 초일류 제품경쟁력 제고 노력이 가장 기본적인 노력일 것이고, 제품믹스의 고도화와 수출시장 다변화와 더불어 블록화된 주요시장에 대한 현지 투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해외투자 목적은 두 가지로, 저원가와 시장 확보가 그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경제의 성장 과정에서 이루어진 해외투자는 대부분 저원가 확보 목적의 저임금 국가에 대한 투자였고, 이러한 혜택을 가장 많이 본 국가가 중국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면서 저원가 보다는 시장 확보를 위한 해외투자가 증가하고 있으며, 트럼프發 주요 시장의 경제 블럭화는 이러한 형태의 해외투자를 가속화시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해외투자는 기업이 처한 내외부 여건에 따라 실행전략이 차별화될 수 있겠으나 전략 방향은 진화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즉 내수 생산 및 저원가 해외 생산을 통한 글로벌 공급체제에서 한단계 진화하여 블럭화된 시장 내에서 수주기반 확보를 위한 해외투자까지 고려해야 한다. 저원가 해외투자와는 달리 시장 확보 해외투자는 해당 경제권의 정책 불확실성 및 투자 리스크를 고려하여 진출 기업이 보유한 역량을 활용하여 해당 시장 내에서 사업기반을 보유한 업체와의 사업 시너지 확보가 가능한 합작 형태가 상대적으로 유리할 것이다. 글로벌 시장을 기반으로 성장을 도모하는 기업은 시장별 특성을 고려하여, 수출로 대응할 수 있는 시장은 수출로 대응하면서, 시장의 블록화 정도에 따라 기업의 가치사슬을 단계적으로 이전시킴으로써 해당 시장에 지속적으로 공급이 가능한 체제를 구축하는 ‘단계적 글로벌화’ 모델이 바람직한 전략 방향이다.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국가 경제정책 차원에서 산업 공동화를 걱정할 수 밖에 없을 것인데, 오히려 이러한 기회를 활용하여 한국 산업생태계가 질적 성장으로 진화하여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산업 정책을 재설계하고 기업의 질적 투자를 유도하는 것이 변화하는 세계질서에 대한 발전적 대응 방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