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은 ‘응답하라 1997’에서 시작된 실사 드라마 시리즈 덕분에 복고의 향수에 푹 빠져 있다. 30~40대라면 드라마와 함께 그 시절의 첫사랑을 떠올리고 내심 멋쩍기도 하고, 그리웠던 친구와의 재잘거림을 떠올리며 잠시나마 추억 속에서 행복해한다.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195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만든 애니메이션 ‘넛잡’이 그렇고, 1970년대 실제 있었던 앱스캠 스캔들(Abscam Scandal)을 소재로 제작한 영화 ‘아메리칸 허슬‘ 역시 전반에 흐르는 복고적인 분위기가 관객들의 감성을 크게 자극하는 것들이다.
전 세계적으로 휘몰아치는 이런 류의 복고열풍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시작하여 이제는 음악, 음식, 상품 등 다양한 분야로 점차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다. 이 시대의 주된 계층인 중년의 삶이 글로벌 경기불황 속에서 더 고달파진 탓일지도 모를 일이다.
복고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부모세대에겐 그래도 풍요로웠던 과거에 대한 향수와 추억을 준다. 또한 복고는 그 시절을 경험하지 못한 젊은 세대에게도 부모들이 살던 그 때의 습성과 생활의 단면을 잠시나마 간접적으로 느껴볼 수 있게 하여 호기심을 자극한다.
또한 경제의 주체들에게 다가오는 복고는 다양성을 지닌다. 즉, 경제 활동을 한참 영위하는 우리 세대에게 복고는 추억이자 향수이지만 그 이면에는 불황과 고달픔이 잔뜩 배어 있다. 그리고, 체험해보지 못한 젊은 세대에게도 복고는 일면 참신함으로 다가갈 수 있다. 젊은 그들이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느껴지는 청량감일 것이다. ’90년대를 배경으로 한 ‘응답하라’ 시리즈가 중장년을 막론하고 젊은 세대에까지 인기를 구가하는 것은 세대를 뛰어넘는 복고의 이러한 다양성에 기인한다.
상황이 이러니 벌써 기업들은 복고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90년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시리즈 한편의 경제적 효과가 1천억원에 달한다는 경제 분석치도 나왔다. 요즘 한국의 젊은이들이 자주 착용하는 겨울철 털귀마개 등은 드라마 속 패션을 다시 브랜딩해서 톡톡히 재미를 본 사례이기도 하다.
그러나 복고를 통한 소비자의 감성 자극은 단순히 옛 것을 부활하여 사용한다고 다 통하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의 감성을 충분히 대상화하여 재구성하는 노력과 창조적 현재화가 필요하다. 단순히 드라마 속에서 군고구마 파는 아이가 쓰던 털귀마개라고 해서 다 통하는 것이 아니란 예기다. 성공한 상품에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 들이 좋아하는 색감과 기능이 가미되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시대를 거슬러 조망하는 복고마케팅도 그렇지만, 국가를 달리하는 제품의 교역과 수출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한국 중소기업 제품은 최근 들어 K-POP 등 한류의 열풍에 힘입어 미국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기도 하지만, 사실 현지화가 부족하여 시장진입에 어려움을 격어 왔다. 이른바 창조적 현재화가 부족했던 탓이다. 미국 소비자의 취향과 기호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탓이다.
늦은 감이 있지만, 이를 위해 한국 정부는 지난해 말 이곳 동부 뉴저지에 미국 유통망진출지원센터를 설치하여 미국 소비자의 감성과 기호들을 현지에서 직접 반영하기 위한 노력들을 이제 시작했다. K-POP의 영향으로 호기심 가득한 우리 중기 제품들을 이곳 소비자의 취향과 트렌드에 잘 맞춘다면 드라마 한편 속의 군고구마 장수의 겨울 털귀마개 인기 수준에 그치겠는가.
시작이 반이라 했다. 이제 한국 중소기업 제품의 미국 시장 현지화 노력이 본격적으로 시작 되었으니 조만간 유명 매장 곳곳에서 우리 제품들을 쉽게 만나 볼 날도 멀지 않을 것이라 기대한다.
<2014년 2월 26일 중앙경제 종합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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