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인상에 대한 단상: 담배와 뉴욕 (반영희, 한국금융감독원 뉴욕사무소장) KOCHAM February 12, 2015

담뱃값 인상에 대한 단상: 담배와 뉴욕 (반영희, 한국금융감독원 뉴욕사무소장)

무제-1 복사요즘 서울에서는 담뱃값 인상이 화제다. 담배세가 단번에 2000원이나 인상되면서 애연가들의 불만이 폭발하는 모습이다. 실내 흡연은 물론 버스정류장 공원 등 실외 공공장소의 흡연이 금지되고 길거리 곳곳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애연가들의 설 자리가 갈수록 줄어드는데 담뱃값 마저 대폭 인상된다고 하니 이들이 분개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담뱃값 인상의 명분은 흡연 억제다. 담뱃값을 올리면 정말 흡연이 줄어들까?

뉴욕시는 금연 옹호자인 마이클 블룸버그 전 시장 재임 당시 강력한 금연정책을 펼쳤고 그에 따라 식당과 술집 등 실내에서 전면 금연이 실시 됐을 뿐 아니라 공공장소에서의 실외 흡연도 금지되었다. 뿐만 아니라 뉴욕시의 모든 소매점에서 담배 진열이 금지되고 담배 구매 가능 연령도 연방정부의 규제연령인 18세보다 높은 21세로 상향 되었다. 물론 담배에 부과되는 세금도 뉴욕시가 가장 많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오래 전 뉴욕시는 전세계의 흡연 문화를 선도하는 도시였다는 것이다. 럭키스트라이크 담배로 유명한 아메리칸토바코(American Tobacco)는 1928년 “식사를 바르게 끝내는 방법은 과일 커피 그리고 담배 한 개피다”라는 슬로건을 만들었다. 오늘날 식사 후 담배 한 개피의 유혹을 떨쳐버리기 어려워 금연에 실패한다는 애연가들의 넋두리는 담배의 중독성에도 원인이 있지만 오래 전 럭키스트라이크 광고의 세뇌효과에서 비롯된 영향도 적지 않다. 1929년에는 10여 명의 젊은 여성이 맨해튼 5애브뉴를 활보하며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는 퍼레이드를 벌였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제한적이었던 시절에 젊은 여성의 이색적인 길거리 흡연 모습은 당시 신문에 대대적으로 보도되었고 여성의 흡연이 전세계적인 문화 사건으로 떠오르는 계기가 되었다. 물론 당시 길거리 흡연 퍼레이드를 벌인 여성들은 담배회사가 비밀리에 섭외한 여성들이었다. 담배와 여성의 공공장소 흡연이 담배회사의 은밀한 전략으로 여성 해방 운동의 상징이 된 것이다.

블룸버그 시장의 강력한 금연정책과 담뱃값 인상은 상당한 효과를 보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애연가에 속하는 필자가 본 뉴요커의 흡연 모습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길거리 흡연자가 생각보다 많았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적지 않은 길거리 흡연자들이 대로에 과감하게 꽁초를 던져버리는 모습이었다. 뉴욕시의 비싼 담뱃값에는 시에서 꽁초를 청소하는 비용이 포함되어 있으니 무단투기가 허용된다는 주변 애연가의 그럴 듯한 설명도 있었다. 필자도 꽁초를 버리는 길거리 흡연자가 경찰관에게 딱지를 끊기는 모습을 아직 보지 못했으니 정말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담배꽁초 투기는 강력한 금연정책과 비싼 담뱃값에 시위하는 뉴요커 흡연자의 허세일 뿐이다. 금융중심지로 알려진 뉴욕시는 담배와 흡연의 현대사도 이끌었다.

뉴욕 금융시장의 새로운 인기 상품은 곧바로 전세계 금융시장으로 팔려나간다. 오래 전 뉴욕시의 흡연 문화도 전세계로 전파되었다. 흡연의 역사를 만들었던 뉴욕시는 이제 금연의 시대를 이끌고 있다. 마천루 건물의 모퉁이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뉴요커 흡연자에게서 2008년 파산 보호를 신청한 리먼브러더스사 건물에서 상자를 들고 걸어 나오는 해고자의 초라한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 올해는 정말 담배를 끊어야겠다.

 

 

 

 

 

20150212 복사

 

<2015년 2월 12일 중앙경제 종합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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