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국에서 유학 온 L씨는 뉴욕에서 MBA를 마치고 목표했던 매킨지컨설팅에 채용돼 OPT 기간 중에 정규직 전환을 위한 전문직 취업비자(H-1B) 신청을 했으나 추첨에서 탈락 어쩔 수 없이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두고 남편을 따라 미국을 떠났다.
한국에서 전문대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 온 J씨는 비록 지방 소규모 대학임에도 불구하고 영어 능력 향상뿐 아니라 봉사활동 네트워킹 인터뷰 인턴십 등 누구보다 취업 준비를 열심히 해서 꿈에 그리던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에 입사했으나 역시 비자 추첨에서 탈락해 허무하게 다시 학생 신분 유지를 위한 학교를 찾는 중이다.
조기유학을 와서 한국어.영어가 능통한 K씨는 취업비자에 대한 준비 없이 본인이 공부하고 싶었던 정치학을 전공 졸업 후 취업비자를 받기 위해 반드시 전공에 맞는 직무가 주어지는 회사를 찾아야 하는 까닭에 어려움을 겪다 한국계 언론사에 취업해 능력을 인정받았으나 비자 추첨에서 떨어져 결국 한국으로 돌아갔다.
미국 취업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많은 이들은 가장 먼저 영어 실력을 떠올린다. 물론 영어뿐만 아니라 미국 문화 적응 네트워킹 전문 지식 미국식 인터뷰 준비 전공 분야 인턴 경력 등등 미국 채용에 맞는 자질이 필요한데 오직 학교 공부만 해서 문제이고 미국에서 요구하는 능력을 제대로 키우면 취업이 가능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과연 그럴까?
나는 한국 유학생들의 미국 취업을 위해 절대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단연코 취업을 위한 비자 문제 해결이라고 확언한다.
10년 전쯤? 아니 5년 전까지만 해도 나 역시 비자 이슈 보다는 학생의 자질이 당연히 중요하다고 강조했었다. 물론 지금도 앞서 언급한 영어 능력을 포함 졸업 후를 염두에 둔 대학 및 전공 선택 학점 관리 네트워킹 미국 문화 인턴십 그리고 전공 분야에서의 실력 등등 모두 다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다만 지난 10년 간 미국에서 매해 수백 명의 유학생들과 진로 및 취업 법률 상담을 하면서 최소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학생들이 외국인 신분이어서 회사에서 취업 비자 스폰서를 해주려 하지 않고 그 때문에 취업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를 해 오면 정말 실력이 있으면 H-1B 비자 스폰서 해줄 회사는 얼마든지 있고 실제로 그렇게 나도 취업했었고 지금도 멋진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많은 제자들을 예로 들면서 현재 스스로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하라고 가르치곤 했다.
그런데 2~3년 전부터 한국 유학생들의 취업 신분의 유일한 길이라 할 수 있는 H-1B 비자 취득의 경우 1년에 외국인들에게 허용되는 숫자인 8만5000개에 비해 신청자 수가 월등히 많다 보니 본인의 실력이나 회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단순 추첨에서 떨어져 미국을 떠나야 하는 일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올해는 경쟁률이 4대 1에 육박했다 한다. 이러다 보니 미국 내 한국 기업들 조차도 OPT 유학생을 채용해 비자 스폰서를 해 주려 하기보다는 자칫 비자 추첨에서 떨어지면 괜히 일 가르치던 직원이 더 이상 회사를 다닐 수 없게 되므로 유학생이 아닌 영주권자나 시민권자를 채용하려는 추세가 뚜렷해 지고 있다. (관련기사 뉴욕중앙일보 2015년 7월 30일자 C-1면 ‘한인기업도 유학생 채용 꺼린다’ 참조)
해외에서의 유학생활이 쉽지 않다는 것은 대략 미루어 짐작할 수 있으나 취업을 돕다 보면 단순히 ‘어렵다’를 넘어 학생들이 애쓰고 노력하는 것에 비해 너무나 안타깝고 서럽겠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유학생들은 미국인들에 비해 비싼 등록금을 내면서 학비 보조도 없이 전액 본인 부담이지만 중간에 휴학이 어렵다. 미국 체류를 위해서는 학생 신분을 유지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학교를 계속 다녀야 한다. 미국은 취업을 위해서는 재학 중 경력이 중요한데 휴학이 불가능하니 여름방학 인턴 1~2번의 기회가 전부이고 이 기회를 놓치면 사실상 글로벌 기업에 취업은 거의 불가능하다. 아니면 인턴 기회를 얻기 위해 학교를 더 다니면서 졸업을 늦춰야 한다.
<2015년 9월 10일 중앙경제 종합3면>
기사 링크: https://www.koreadaily.com/news/read.asp?page=2&branch=NY&source=NY&category=economy&art_id=3663174
(하)요즘은 한국에 귀국해도 유학생이라는 타이틀이 오히려 부담스럽기만 하고 한국의 명문대 졸업자를 선호하는 대기업이나 외국계 기업들이 많아 경력 없이 영어를 잘하고 유학을 했다는 것만으로는 일자리 구하기가 너무나 어렵다.
한국의 청년 취업난은 점점 더 심각하다. 매 학기 한국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학생들을 직접 만나보면 본인들이 실제 느끼는 취업 문제는 기성세대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처참하다. 정부 지방자치단체 관련 기관 대학들 모두 최근 핵심 화두 중 하나는 청년실업이다. 이에 대한 방안으로 제한된 국내 일자리를 넘어 해외에서의 일자리 확보를 위해 지난 정부 이번 정부 얼마나 많은 세금을 쏟아 붓고 있는 지 그로 인한 효과 대비 문제가 얼마나 많은지는 누구나 10분만 인터넷 서치를 해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한국과 미국간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면서 일반 전문직 취업(H-1B) 비자 8만5000개와는 별개로 한국인만의 취업 비자 쿼터 1만5000개를 따로 받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2010년에는 미국과 잠정적으로 협의됐다는 발표도 있었다. 1년에 한국인들의 총 취업비자 신청 건수가 6000~7000건 정도이니 별도로 1만5000개의 한국 국민들만을 위한 취업비자 쿼터를 갖게 되면 비자 신청에 대한 추첨 없이 더구나 매년 4월 첫째 주까지 기다렸다가 서류를 제출하고 추첨을 하고 추첨이 되면 심사를 거쳐 10월 1일이 돼서야 정식으로 일할 수 있는 제약으로부터 훨씬 더 자유롭게 된다.
매번 이 이슈를 미국 내 한인 기관장들 모임에서는 논의를 한다. 영사관을 통해 한국 정부가 관련 노력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은 지 벌써 5년이 넘었다. 그리고 미국 내에서 한국인들의 전문직 취업을 위해 애쓰시는 많은 분들이 꾸준히 이슈를 제기한다. 하지만 과연 얼마나 실제로 대한민국 정부가 이를 위해 미국과 긴밀히 협의를 하고 심각하게 노력하고 있는 지는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만 하니 알 수가 없다. 최소한 내가 만난 대한민국의 관련 부서의 책임자 분들이나 국회의원 기관단체장 분들은 이 문제의 심각성을 크게 생각지는 않는 듯 했다. 아예 비자 문제에 대해서 지식 조차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는 것이 더 정확한 설명일 것 같다.
해외에서의 경험과 취업을 증진하고자 대한민국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WEST 나 K-Move 프로그램을 함부로 폄하할 수는 없지만 정말 제대로 된 미국 취업을 목표로 한다면 영어교육이나 싼 노동력을 대체하는 단순 인턴십이 아닌 전문직 취업으로 방향을 바꿔야 한다. 한국 유학생들 나아가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의 실력을 기르고 전문가들이 방향을 잡고 교육시키고 함께 노력을 하면 반드시 미국 취업이 가능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H-1B 비자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이러한 법적인 해결 없이는 아무리 유학생들이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이력서를 잘 쓰고 인터뷰 경험을 쌓고 인턴십을 해서 전공 분야의 실력을 키워도 미국 취업만이 목표라고 가정했을 때는 헛수고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한.미 FTA에 기초해 한국인만의 전문직 취업비자(E-4) 1만5000개를 제공하겠다는 ‘한국과의 동반자 법안 (HR1019)’은 여전히 미국 의회에 계류 중이다. 호주처럼 1만500개가 어렵다면 싱가포르나 칠레처럼 몇 천 개만이라도 우선순위로 따로 받아야 한다.
이는 한국의 청년 실업문제를 비록 숫자적으로는 적을지라도 직접적으로 해결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길이고 나아가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전문직으로 꿈을 펼쳐나가고자 하는 수많은 한국 유학생들의 좌절과 설움을 해결해 줄 수 있는 대한민국이 우리 청년들을 위해 해야 할 기본적인 의무라 생각한다.
<2015년 9월 17일 중앙경제 종합3면>
기사 링크: https://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36818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