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시장규모 7조원대에 이르는 기이한 성장세를 보여 온 한국 아웃도어 시장의 성장률이 몇 년 전부터 주춤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이상기온까지 겹쳐 업계의 연쇄도산마저 우려된다. 그간 독특한 시장을 형성해 온 한국의 많은 아웃도어 관련 기업들에게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 도래했다는 얘기다.
이곳 미국은 아웃도어 활동이 한국처럼 어느 시점에 급성장한 것이 아니라 오래 전부터 하나의 일상으로 자리 잡아 생활 속의 삶으로 정착한 나라 중 하나다. 미국인의 아웃도어 활동 영역은 우리처럼 등산과 같은 특정 활동에 집중된 것이 아니다. 캠핑 사이클 러닝 및 하이킹 사냥 및 낚시 해양스포츠 등 분야도 다양하다. 따라서 연관 시장도 의류에서부터 장비 신발 등 고르게 성장해왔다는 것이 주요한 특징이다.
미국 아웃도어산업협회에 따르면 미국의 한해 아웃도어 활동 관련 전체 소비지출 규모는 6450억 달러에 달하는데 이중 여행 등 서비스 분야를 제외한 의류 장비 등 관련 용품 소비지출 규모는 약 1200억 달러에 달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학창 시절부터 스포츠 레저 관련 활동이 학교생활의 중요한 영역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생활의 일부로 자리잡아 왔다고 볼 수 있다.
미국 아웃도어재단이 최근 조사 발표한 자료에서도 2013년 기준 미국 인구의 절반인 49.2%가 최소 1회 이상 아웃도어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다양한 아웃도어 활동 중 가장 많이 손쉽게 참여하고 있는 활동은 단연 조깅 등 러닝이라는 응답자가 전체의 20%로 가장 높았다고 하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외에도 2014년에 미국 아웃도어협회가 발표한 ‘소비자 유형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인들이 아웃도어 생활에서 가장 많이 소비하는 용품은 단연 의류로 30%였고 관련 장비와 신발류가 각각 26% 기타 액세서리 18%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인들이 아웃도어 제품 구매 시 고려하는 구매결정요인으로는 ‘내구성'(46%)이 가장 높았고 그 다음으로 ‘품질’과 ‘편의성’이 각각 42% 인 것으로 밝혀져 미국 아웃도어 시장 공략을 고민 중인 한국 기업들은 이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 시장 개척 시 우선 고려해야 할 점도 있다. 미국은 시장면적이 워낙 넓어 권역별로 아웃도어 활동분야에서도 조금씩 편차가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산악이 많은 주와 그렇지 않은 지역 간에도 캠핑 등 관련 용품시장의 형성도가 상이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산악이 별로 없는 북동부의 대도시에서는 관련 용품 매장 하나 찾기도 쉽지 않다. 또한 계절별로 공략시점을 달리하는 것도 필요하다. 겨울이 긴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 간의 아웃도어 용품시장의 발달 정도가 상이하다.
다른 제품류와 마찬가지로 아웃도어 용품시장에서도 저가의 중국산 제품이 워낙 많이 분포돼 있어 일반제품으로 승부하기 보다는 경량성을 보완한 편의성 기능성과 내구성 등을 갖춘 내실 있는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지속 공략할 필요가 있다. 미국 내 전문 유통채널로는 30개 주에 120개 이상의 매장을 보유한 가장 큰 아웃도어 용품 전문 소매기업인 REI를 들 수 있고 그밖에 EMS Campmor Dick’s 등을 꼽을 수 있다.
다만 아웃도어 용품의 경우 저가의 중국산 외에도 독일 미국 제품 등 치열한 글로벌 브랜드와의 경쟁이 심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현지 마케팅과 제품 기능성 향상을 위한 R&D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은 우리 중소기업들에게 큰 부담이다. 지속적인 현지 공략과 더불어 전문 유통채널 PB 상품화나 현지기업과의 제휴 등을 통한 현지화가 특히 필요한 마켓 영역이다.
<2016년 2월 5일 중앙경제 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