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반 동안 사회 모든 면에 충격을 가져온 팬데믹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특히, 해상운송의 지연과 해운운임의 급격한 상승, 그리고 컨테이너부족 등의 현상은
내년까지도 계속될 것 같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러한 현상은 원자재 및
중간재의 공급체인에 영향을 미쳐, 공급지연에 따른 계약분쟁이 증가하고 있다. 이렇게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계약의무를 실행하지 못하게 될 때를 대비해 계약서에
불가항력조항(Force Majeure Clause)을 넣는다. 작년부터 많은 제조회사들이
부품공급회사로부터 불가항력으로 인한 공급지연통보를 받았거나, 또는 이와같은
통보를 계약상대방에게 해야할 상황이 발생해 이에따른 소송이 많이 발생했고, 최근
이에대한 법원의 판결이 서서히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불가항력을 이유로 계약실행지연 통보를 보내려면, 첫째, 계약서에 불가항력조항이
있는지 확인하고, 어떤 상황이 불가항력으로 정의되어 있는지를 봐야한다. 계약서에
구체적 사항없이 단지 천재지변과 통제불능상황등과 같이 광범위하게 불가항력이
정의되어있다면, 팬데믹을 불가항력 사항으로 인정받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최근
뉴욕에 위치한 연방법원은 계약서 불가항력조항에 자연재해가 언급되었고, 팬데믹은
자연재해로 볼 수 있으므로, 불가항력 디펜스를 인정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므로,
불가항력조항에 팬데믹, 바이러스와 같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면 디펜스 성공가능성은
그 만큼 클 것이다. 둘째, 팬데믹이 계약불이행의 직접적인 원인인지를 점검한다. 법원은
팬데믹과 계약불이행과의 인과관계를 증명하지 못할 경우, 불가항력디펜스를 인정하지
않고있다. 셋째, 일반적으로 계약서에는 불가항력 발생시 상대방에게 통보를 언제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해서도 명시가 되어있다. 그러므로 이를 준수해 상대측에
통보하고, 만약 계약에 통보조항이 없다고 하더라도, 불가항력을 상대방에 알려서 향후
분쟁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한편, 불가항력을 통보한다고 해서 계약에 대한 의무가 다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계약상대방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안을 제시한다던가, 계약이행 지연이 있을경우,
그 예상기간을 제시해서 상대방이 이에대한 대비를 빨리 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계약이행지연을 통보하기 전 주의할 점은, 성급히 통보를 했다가 상대방이 향후
계약위반가능성을 이유로 계약전체를 취소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팬데믹
상황에 맞춰 계약수정가능성을 상대방과 우선 논의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법적용
여부를 떠나 상대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지금까지
쌓아놓은 상호신뢰관계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고, 향후 소송발생시, 법원은 이를
판결에 많이 참작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상대방으로부터 팬데믹으로 인한 계약이행지연 통보를 받았을 땐, 위 사항들에
대한 설명을 요구해 볼 수 있다. 계약이행지연의 이유가 팬데믹과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는지 파악하고,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안제시를 요구하여, 상대방의 디펜스가
성립되는지를 판단한 후 대응해야 할 것이다. 특히, 공급체인의 중간지점에 있는 회사의
경우, 하청업체로부터 불가항력에 따른 계약이행지연통보를 받는 즉시 이를 공급체인의
업스트림에 전달해서 분쟁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불가항력 조항이 계약서에 없다고
하더라도, 관련 상법을 이용하여 디펜스를 제기할 수도 있다.
팬데믹으로 인한 불안정한 공급체인으로 인해 앞으로도 많은 계약분쟁이 예상되는 만큼,
현 계약서들을 점검하고, 불가항력에 대한 조항을 보완해서 이에 대비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