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한국경제는 삼성, 현대, LG 등 대기업의 활약으로 세계 10위권에 가까이 와 있을 만큼 기적을 이루어냈다. 그러나 9.3일 다보스포럼에서 발표한 “2013년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지난해보다 6계단 떨어진 25위로 나타났는데, 주요인으로 성숙되지 않은 금융시장(148개국중 81위)과 노동시장의 비효율성(78위)을 들고 있다. 30년간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매번 금융의 경쟁력 얘기가 나올 때마다 부끄러움을 감출 수 없다. 70년대말 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할 때 어느 교수의 화폐금융론에서 금융시장 미성숙, 남북분단, IT기술 부족 등 우리나라가 세계적인금융중심지가 되기 어려운 악조건을 배웠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현재는 남북분단 상황을 빼고는 다른 문제점이 다 해소된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의 우수한 두뇌와 창의력을 가지고 금융이 국가경쟁력에 보탬이 되지는 못할망정 왜 발목을 잡고 있을까? 그동안 압축성장 과정에서 금융은 실물경제를 뒷받침하는 산업 정도의 역할만 수행하고, 개인도 불안정한 물가, 취약한 자본시장에 자산을 맡기지 못하고 부동산시장에 대부분을 베팅할 수 밖에 없었던 듯 하다. 또한 정치권과 정부의 과도한 규제나 간섭도 앞서 언급한 배경에 못지 않으리라.
현재 한국의 은행, 보험, 증권사 27개사가 뉴욕을 중심으로 미국에 진출해 활동하고 있으며, 월가에도 젊은 한국인들이 전문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정부에서도 금융산업 발전이 국가경쟁력 강화의 선결조건임을 인식하고 민관이 머리를 맞대고 좋은 방안을 찾겠다고 한다. 은행 예금금리 2%, 대출금리 4% 대의 초저금리, 경제성장률 1%대의 저성장 시대에 접어든 상황에서 우리 금융산업은 제조업과 함께 잘 굴러가는 수레바퀴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당장 우리 금융산업에서 삼성전자를 꿈꾸는 것보다, 유럽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수백년된 중소기업, 자영업을 키워낸 지역밀착형 금융기관이 미래로 나가는 첫 걸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