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 졸업시즌이다. 졸업을 하면 뭔가 길이 있겠지 하고 열심히 공부는 했는데 막상 취업을 하려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을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이제서야 여기저기서 연락이 온다. 특히나 유학생들은 한국처럼 공채나 시험 봐서 취업하는 방법이 거의 없는 미국에서 졸업을 하고 나면 OPT (Optional Practical Training -대학 졸업 후 1년 동안 미국에서 적법하게 일을 할 수 있음) 시작 후 대부분의 전공이 90일 내에 일할 회사가 결정되지 않을 경우 미국 내 체류 신분 자체를 고민해야 하는 처지라 졸업이 다가올수록 답답하다.
8년전 뉴욕에서의 방문 연구기간 동안 당시 몸담고 있던 한국 대학 제자들의 미국 인턴쉽, 그리고 봉사처럼 시작했던 한인들을 위한 교육 및 취업 관련 일이 이제는 법률, 세무 전문가나 선생으로서 지식을 전달하는 일 만큼이나 큰 열정과 노력을 쏟는 분야가 되었다. 사실상 HR 이라는 것에 대해서 대학, 대학원을 통해 단 한번 강의 조차 들어본 적도 없는 비전문가인 내가 전혀 생소한 분야인 미국에 있는 대학생들과 한인들의 취업을 위한 전도사 마냥 전 미국을 뛰어다니게 만든 것은 그만큼 열악한 현실을 반영하는 것 일수도 있겠다.
2006년 1월 미국 최대 호황기에 실업자는 706만명, 반면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미국 최대 불황기에 실업자는 1250만명. 숫자의 차이일 뿐 최대 호황기에도 실업자는 있었고, 불황기에도 일자리는 있다. 사실 2013년 현재도 졸업 후 취업할 일자리가 없는 것이 아니라 아직 못 만난 것이라 하는 게 맞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무엇을 어떻게 준비했어야 하는 줄 몰랐고, 여전히 졸업이 가까와져도 어떤 일자리를 어떻게 찾아야 할 줄을 몰라 결국 학생들은 경력이 없어서, 학점이 낮아서, 네트웍이 부족해서, 영어가 약해서, 아직 무엇을 해야 할지, 어느 회사를 어떻게 연락을 해야 하는지, 신분 문제 때문에… 라는 수 없는 비슷비슷한 자기만의 합리화된 핑계들을 늘어 놓는 것이다.
대학을 입학할 때, 혹은 한국에서 유학을 올 때는 대부분의 부모가 – 가끔은 터무니 없는 엄청난 비용을 들여서라도 – 입학을 돕는다. 그러나 막상 대학에 합격하고 나면 졸업 할 때까지 어쩌면 입학보다 더 중요한 학생들의 진로에 대해서 진지하게 함께 고민하고, 준비하는 부모는 그리 많지 않고, 이를 돕는 기관 또한 거의 없는 것 같다. 부모님들이 이에 관심이 없다기 보다는 어떻게 도와 주어야 할 줄을 모르는 경우가 더 많다. 학생들도 재학 중에 전공 선택은 물론, 여러 경험과 만남들을 통해 졸업 후 본인이 정말 가야 할 길을 생각하고, 준비하고, 실제 경험하는 노력들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은 수업 따라가서 좋은 성적을 받기에 급급하다. 그 이유를 논하자면 수없이 많겠지만 일단 많은 한인 학생들의 경우 조금만 노력하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미국 취업을 위한 기초적인 정보들 조차 몰라서 사전에 준비를 안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설령 대충은 알더라도 뚜렷한 자기 확신이나 신념이 없어서 그저 다른 사람 하는 데로 라는 식인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면 졸업이다.
4년 전부터 개인적으로 틈틈히 시간과 비용을 쪼개 미국에 다수 한인 대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는 학교들을 다니며 진로 선택과 미국 취업 준비를 위한 무료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 2012년에는 미국 전역의 13개 대학을 방문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최소한의 기본적인 정보라도 제공하고 싶은 마음에 만약 졸업 후 미국에서 취업을 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대학 재학 중에 준비해야 하는 내용들을 열심히 설명한다. 진로 결정의 핵심, 미국과 한국 취업의 차이점, 유학생들의 경우 CPT, OPT 및 취업 비자 준비, 2, 3학년 여름방학 인턴이 왜 얼마나 중요한지? 영주권, 시민권자 학생들의 새로운 진출 가능 분야, 캠퍼스 리크루팅을 언제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 미국의 이력서, 커버레터 작성법, SNS 활용 및 주의사항, 미국 기업들의 인터뷰 준비 및 요령, 한국문화권 학생들이 유의해야 할 사항, 네트웍크 형성, 커뮤니케이션 스킬.. 등등 보통 2시간 예정이지만 질문을 받다 보면 4-5시간은 훌쩍 넘기는 경우가 많다. 비록 몇십명의 소수 참여이긴 하지만 세미나 후 새로운 생각을 하고, 그리고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즉시 스스로 행동으로 옮기는 학생들이 있다. 졸업 전부터 미리 준비만 하면 설령 당장은 어렵더라도 그것이 절대 실패로 끝나지 않는다. 지난 12년 동안 교수로서 학생들에게 미국법과 세무 지식만 전달 하다가 진로 결정과 미국 취업을 위해서.. 라는 새로운 정보를 함께 제공하면서 갖게 된 확신 중에 하나는 한인 학생들의 경우도 조금 더 일찍 준비만 시작하면 누구나 본인이 희망하는 곳에서 일을 시작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을 한다는 것은 중요하다. 흔히 큰 집에 고급 차, 명품을 사고, 좋은 음식을 누리고, 여행을 하고, 건강하게 여가 시간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면 이를 행복이라 이야기 한다. 물론 이런 소비지향적 행복도 중요하다. 하지만 동시에 내가 지금 하고 있는 나의 일에서 얻는 가치, 땀과 노력을 통한 경제 활동을 통해 얻게 되는 성취감과 보람, 즉 생산을 통한 행복 역시 꼭 필요한 가치이다. 이를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하다. 단순히 좋은 학점에 스펙을 쌓는 것이 아닌 ‘정말 내가 누구인지, 내게 가장 많은 에너지를 불어 넣어 줄 수 있는 일은 어떤 것일지? 난 무엇을 잘할 수 있고, 행복할 수 있을지? 날 가슴 뛰게 하는 일이 무엇일지?’를 객관적인 자료와 방법을 통해 충분히 고민하고, 다양하게 경험하고, 마음껏 누려볼 수 있는 시간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 대학 재학 중에 누릴 수 있는 특권이기도 하다.
‘니가 진짜로 원하는게 뭐야?’ 라는 노래를 불러본다. 대학생들의 취업 준비도 그리고 이직을 생각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도 그 시작은 이력서를 만들어, 여기 저기 회사들을 찾아 나서기 전에 먼저 나 자신부터 철저히 분석해야 한다. 내가 누구인지, 되고 싶은 나, 나다움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 바로 그것이 취업 준비의 중요한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사회 첫발을 딛는 졸업생들은 꼭 그랬으면 좋겠다. 그리고 사실상 그 시간과 노력을 통해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발견 하는 것이 곧 행복한 취업으로 가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다.
(KOCHAM 특별회원사 플러스커리어 남광우 대표, 5월22일자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