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의 강남스타일 노래 가사 중에 “낮에는 따사로운 인간적인 여자, 커피 한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 있는 여자, 밤이 오면 심장이 뜨거워지는 여자, 그런 반전 있는 여자” 라는 가사가 있다. 반전을 매력의 주요 요인으로 본 것이다. 그렇다. 그냥 단순하고 밋밋하고 예측 가능한 것은 무미건조하다. 뒤집고 비틀고 반전이 있어야 재미도 있고 공감도 얻고 마케팅 측면에서 성공 할 수 있다. 이렇게하면 시련이 기회가 되고, 약점이 강점으로 변하고, 아무런 쓸모가 없던 물건도 보물로 재탄생하게 된다. 일본 아오모리현은 일본 최대의 사과 생산지로 유명한 지역이다. 1991년 가을 아오모리현에 태풍이 몰아쳐 수확을 앞둔 사과의 90%가 땅에 떨어져 그 해 농사를 망친 큰 사건이 있었다. 땅에 떨어진 사과를 보며 망연자실한 농부들에게 마을이장이 이런 제안을 했다. “우리에겐 10%의남은 사과가 있다. 이 사과를 이용해 보자.” 마을 사람들은 지혜를 모아 “시험에 절대 떨어지지 않는 합격 사과”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냈다. 일본도 우리나라 못지 않게 입시 열풍이 강한 나라다. 시험을앞둔 학부모르 상대로 태풍으로 90%가 땅에 떨어졌지만 떨어지지 않은 사과라는 설명과 함께 보통 사과 값의 10배를 붙여 판매했다. 일본 전역의 수험생을 둔 학부모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끈 “합격 사과” 덕분에 아오모리현은 태풍의 피해를 만회했다. 2004년 제주 중문골프장에서 ‘PGA 투어 신한코리아골드챔피언십’이 열렸다. 대회 2라운드 파3 5번홀. 최경주 선수가 3번 우드로 타샷한 공이 그린 앞 30m 지저에서 바람 때문에 갑자기 떨어지는 등, 이 코스는 바람 때문에 공이 어디로 날라갈지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코스로 악명이 높았다. 제주 중문골프장은 이 악재를 역이용하여, 바람이 특히 심한 5번홀(파3)에 세계최초로 ‘윈드 헤저드’를 도입한다. 풍향계를 설치하고 초속 13m 이상의 북서풍(맞바람)으로 티샷이 영향을 받을 경우, 무벌타로 다시 쳐 두 개의 볼 중 플레이어가 원하는 볼로 경기를 진행한다는 로컬룰을 만들어내 오히려 골프장 홍보와 내장객 유치에 크게 효과를 보았다. 화천은 우리나라에서 겨울 추위가 아주 매서운 지역이다. 통상 사람들은 겨울에는 따뜻한 지역으로 여행을 가게 마련이다. 화천은 이런 상식을 뒤엎었다. 오히려 한겨울의 맹추위를 자신들만의 강점으로 변모시켰다. 매년 12월 초부터 얼기 시작한 화천천 얼음은 산천어 축제가 열리는 1월이 되면 40cm 정도의 두께로 얼어 수만 명이 동시에 강에 들어가도 안전에는 이상이 없다. 이 것이 어느 지역도 흉내를 낼 수 없는 화천만의 유일한 겨울축제의 탄생 배경이다. 지금은 연간 100만 명 이상이 참가하는 ‘세계 4대 겨울축제’로 자리를 잡았고 아무런 산업도 없었던 화천경제의 큰 버팀목이 되고 있다. 흔히 사람들이 말하기를 한국의 자연은 그랜드캐년이나 나이아가라 폭포 등에 비해 관광자원으로서의 경쟁력은 없다고들 한다. 단순히 규모와 외양만 보면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지만 한국의 자연에는 풍부한 역사, 문화, 이야기 거리가 있다. 한국의 산에 매료되어 백두대간을 종주한 뉴질랜드인 로저 세퍼드의 말이다. “기나 풍수지리 같은 것은 자연에 대해 갖는 한국만의 독특한 문화입니다. 김삿갓, 도선국사, 원효대사 같은 이들의 이야기는 어느 산에서나 만날 수 있죠. 한국의 산이 갖는 진짜 매력은 드라마틱한 산의 모양새보다 아마 그런데 있을 거예요.” 우리 국토의 70% 이상이 산이다. 외국의 산들이 보는 산이라면 우리나라의 산은 오를 수 있는 산이다. 산세가 험하지 않고 대중교통이 잘 연결돼 있어 누구나 쉽게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는 여행객 친화적인 산이다. 한국의 풍부한 산에 얽힌 역사를 끄집어 내고, 문화를 입히고, 스토리텔링을 가미하면 훌륭한 관광자원이 된다. 뉴욕타임즈는 작년 12월 2일자 트레블섹션 4면 전면을 한국의 산에 할애했다.
생각 뒤집으면 시장이 보인다 (한국관광공사 뉴욕지사장 유세준)
April 24,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