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수 (코참 운영위원?농협중앙회 뉴욕 금융대표 사무소 소장)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현재 사는 곳이 어디든 대한민국에서 70년대 80년대 학교를 다닌 세대들 가슴속에는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공감대가 있다.
조국의 민주화를 위한 끝없는 열정을 함께 불 살랐으며, 한편으로는 막걸리와 소주를 기울이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낭만에 대하여, 인생에 대하여 이야기 하였다.
세월은 거침없이 흘러 왔고, 많은 것이 변하였다. 논쟁의 여지는 있겠으나 우라나라의 민주화 수준은 성숙한 단계로 접어들었으며, 경제 발전의 속도는 가히 눈부실정도로 현란하다.
국제 교역 측면에서 보면 50년대 총1억불 규모에서 60여년 만인 금년에 무려 1만배 성장을 하여 1조달러 시대를 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이는 세계 초 강대국들이라 할 수 있는 미국, 독일, 중국, 일본, 프랑스, 영국 등 나라들에 이어 세계 10위권이내로 진입하는 것이다. 우리 모두에게 가슴벅차고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쉬운 것은 무역규모 세계 10위권이 국민의 삶의 질적인 측면에서 세계 10위권을 의미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무역규모에 걸 맞는 건강한 선진국으로의 진입을 위해서 한번쯤 생각 해 볼 일이다 . 그동안 거침없이 달려 온 세월 속에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에 대하여.
오늘날 우리 사회는 물질적 풍요에 불구하고 사회전반의 정신적 지체로 인한 아노미(anomie)가 많은 사회 문제를 토해 내고 있다.
올리버 스톤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Wall Street; Money never sleep”은 “탐욕은 좋은 것(Greed is Good)” 이고, “인사이더가 아니면 아웃사이더”라는 좌우명으로 월스트리에 군림 하던 주인공이 결국에는 통제 되지 못한 물질에 대한 욕망으로 인해 파멸에 이르는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잘 그려내고 있다. 아직도 교도소의 담장 위를 걸어갈 지언정 그들만의 인사이더가 되고자 월스트리트의 뒷골목을 밤 늦게 까지 어슬렁 거리다 마침내는 새벽 이슬처럼 사라져 가는 무리들에 대한 뉴스가 끊이질 않는다.
탐욕을 추구하지는 않지만 감당 할 수 없는 경쟁으로 내몰리고 있는 현실 속에서 가치 있는 삶의 모델을 찾지 못하고 속절없이 우리의 곁을 떠나가고 있는 후배들도 있다. 최근에 급격히 늘어 가고 있는 자살율이 우리 청년세대들의 고민을 대변 하는 것이라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들에게는 우리는 없고 자신 만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70/80세대들은 기억 할 것이다. 민주화를 위한 험난한 투쟁 현장에서, 자연재해로 힘들어 하던 우리 농촌 현장에서 밤 늦은 시간까지 농활을 할때 서로에게 다가오던 그커다란 존재의 의미를, 적어도 그때 우리는 낭만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었고, 조국의 앞날을 토론 했으며, 삶에 대한 무한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몸은 피곤 했지만 정신은 맑고 건강 했다. 서로를 배려하고 어려움을 함께 나눌 줄 알았다.
최근 일련의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유럽에서는 협동조합 운동이 새로운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고 한다.
물질 만능주의와 소수 거대 자본의 끝없는 탐욕으로 대변되는 극단적 자본주의의 부작용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협동조합 정신과 사업 모델이 그 대안으로 다시 부상 하고 있는 것이다.
협동조합 운동의 근본 정신은 함께 고민하고 서로를 배려하면서 어려움을 나누어가는 운동이라 할 수 있다. 공동의 사업을 위해 이익을 추구하되 소수 자본의 지배를 허용하지 않으며, 출자 지분에 상관없이 주요한 의사 결정은 1인 1표를 원칙으로 한다. 한마디로 자본이 아닌 인간 중심사고를 근본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함께 고민 하고 서로를 배려 하는 “같이의 가치”를 추구 하는 것이다.
무역규모 1조달러 시대, 오랜 꿈이 현실이 되는 오늘날에, 한번쯤은 생각 해 볼 일이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그리고 우리가 지켜 나가야 할 것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