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스포라와 차이나타운 (반영희, 금융감독원 뉴욕사무소 소장) KOCHAM September 4, 2014

디아스포라와 차이나타운 (반영희, 금융감독원 뉴욕사무소 소장)

홈페이지용 사진

전 세계 금융시장의 중심지 뉴욕. 이런 뉴욕의 금융시장을 누가 이끌고 있을까. 역시 가장 이목을 끄는 세력은 오랜 금융 역사를 자랑하는 유대인과 최근 급성장 하고 있는 중국인들이다.
얼마 전 재외동포재단은 중국인과 유대인의 성공 비결을 엿볼 수 있는 자료를 발간했다. 첫째 자료는 ‘국가발전을 위한 디아스포라 활용방안’이고 둘째 자료는 ‘중국의 화교정책과 업무체계’이다. 재외동포재단 자료실에서 무료로 내려 받을 수 있으므로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디아스포라(Diaspora)는 기원전 587년 바빌론에 포로로 잡혀간 이후 팔레스타인 바깥에 분산되어 정착한 유대인을 가리킨다. 하지만 현대에는 우리 미주 한인처럼 출신 국가를 떠나 외국에 정착한 해외동포라는 뜻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건국 초기 1951년부터 해외동포들에게 발행한 국채(National Debt)를 바탕으로 국가 발전을 이룩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한 보답으로 이스라엘은 1999년부터 매년 수만 명의 젊은 유대인들을 고국에 무료로 초대하여 민족적.정치적 일체감을 확산시키고 있다. 모국이 어려울 때 금융자금을 지원받고 이를 기반으로 발전된 모국은 해외동포를 지원하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된 셈이다.
화교는 중국과 대만.홍콩의 정치적 갈등 속에서도 중국 경제의 발전과 모국의 통일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왔다. 특히 1949년 이후 줄곧 대결 구도였던 중국과 대만의 화교정책은 요즘 휴전외교가 거론될 만큼 부드러워지고 있다.
2013년 시진핑 주석이 주창한 중국의 꿈(Chinese Dream) 아래 해외동포를 포함한 모든 중국인들이 같은 꿈을 꾸고 있는 것이다. 어려운 시절 차이나타운을 중심으로 단결했던 화교들이 중국의 경제성장을 지원했고 최근 발전된 중국은 미국의 국채와 부동산을 휩쓸며 화교들의 자긍심을 높이고 있다.
역사적으로 이스라엘과 중국의 해외동포 탄생 과정은 민족의 고난과 시련 그 자체였다. 바빌론 유수 이후 스페인에 모여 살던 유대인들은 스페인 정부가 1492년 발표한 ‘알람브라 칙령’에 의해 스페인 국경 밖으로 강제 추방됐다.
1480년에서 1530년까지 스페인에서는 종교재판을 통해 약 2000건의 처형이 이루어졌는데 희생자의 상당수는 당시 기득권층이었던 유대인이었다. 중국 역시 1840년 아편전쟁 패배 이후 서구 열강의 침략이 본격화되었는데 이를 피해 해외로 이주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1927년부터 시작된 국공내전과 1931년 일제의 만주사변 1949년 대만과 중국의 분리 등으로 점철된 현대사의 어두운 그늘에는 해외로 살 길을 찾아 떠나 차이나타운을 세운 화교들의 눈물이 있었다.
돌이켜 보면 70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되는 해외동포를 가진 우리 민족 역시 뼈아픈 역사적 경험이 많았다.
일제 강점 이후 정치적.경제적 이유로 만주.러시아.일본 등지로 뿔뿔이 흩어졌으며 그 후에 벌어진 한국전쟁은 민족의 앞날에 먹구름을 드리우게 했다. 세월은 흘러 이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단단하게 해외에서 뿌리를 내린 해외동포는 우리 모두의 든든한 자산이다.
특히 1902년 하와이 사탕수수밭 노동이민 이후 꾸준히 성장한 미주 동포는 한국의 경제발전 과정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았다. 금융 분야의 최근 사례의 경우에도 같은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유나이티드센트럴뱅크 인수 절차를 마무리한 한미은행은 미국 전역에 지점을 갖춘 한인 은행으로 거듭났다. 하나은행은 미국 동부 최초 한국계 은행인 BNB은행을 인수하면서 동포들의 경험을 활용하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런 양적인 성장을 뛰어 넘는 질적인 도약이 절실하다는 점이다. 전 세계에 퍼져있는 한민족의 뛰어난 역량을 활용할 새로운 디아스포라 정책 우리의 가슴을 쿵쿵 뛰게 만들 한국의 꿈(Korean Dream)을 마련해야 한다. 분단과 대립으로 쓸데없이 낭비되는 민족적 에너지를 한 곳에 집중시킬 수 있을 때 우리의 밝은 미래가 열릴 것이다.

 

 

신문기사

 

<2014년 9월 4일 중앙경제 종합 3면>

해당기사 링크: https://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279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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