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중앙일보] 양적완화, 과연 공짜 점심인가? (박창민, CJ제일제당 뉴욕사무소장) KOCHAM March 12, 2015

[뉴욕중앙일보] 양적완화, 과연 공짜 점심인가? (박창민, CJ제일제당 뉴욕사무소장)

박창민 이사공짜 점심은 없다(There’s no such thing as a free lunch)”. 모든 경제 행위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을 필두로 유럽 일본 중국 등 세계 주요국의 경제 정책은 이 같은 세상 이치를 외면한 채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은 뒤로 제쳐두는 대신 금리 인하와 화폐 공급을 통해 경기를 부양시키겠다는 인위적인 ‘양적 완화(QE)’ 정책이 이어지고 있다. 고통과 대가 없이 경제 위기를 넘어가 보겠다는 심산인 셈이다. ‘공짜 점심’을 바라는 탐욕과 다를 바 없다.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 및 위정자들의 대책이 이렇듯 기본적인 경제 원리 혹은 세상 이치를 외면하는 방향으로 쏠려 있다는 점에서 이 역시도 향후 상응하는 부작용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경제 대국들의 이기심은 향후 세계 경제에 특히 이머징 국가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부작용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첫째 강(强)달러의 고착화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금융위기의 원인 제공자였던 미국은 경제에 직격탄을 맞으며 가장 먼저 선제적으로 공격적인 금리 인하와 양적 완화를 수년에 걸쳐 단행했다. 이에 따라 경기 회복의 신호가 조금씩 나타나면서 2014년이 끝나기 전 양적 완화를 종료하고 이제 금리인상 시기를 저울질 하고 있다.

유럽 중국 일본 등 타 경제권의 경기 회복이 미진한데다 완화적 정책이 지속되는 것에 비해 미국은 상대적으로 나은 경기회복으로 금리 인상을 가장 먼저 시작하려 한다는 점에서 2008년 이후 5~6년간 지속되었던 약달러 시대는 종료됐고 작년부터 시작된 ‘강달러 현상’은 당분간 더 이어질 확률이 높다. 이로 인해 경제 여건이 더 좋지 않은 이머징 국가의 환율 절하 움직임은 당분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브라질 헤알화 환율이다. 헤알화 환율은 금융 위기 때 저점을 뚫고 내려와 10년 만에 최저점을 경신했다. 물론 한국은 상대적으로 여타 이머징 국가들에 비해 나은 상황이라고 자위할 수도 있겠으나 전 세계적인 기조를 피해갈 만큼 뚜렷한 뭔가를 내세울 수 있는 처지도 아니다.

둘째 과거보다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경제 회복은 지지부진 하지만 시중에 풀린 유동성이 투자처를 찾아 다니며 미국 주가는 사상 최고치 수준의 강세 흐름을 이어가는 중이다. 하지만 이른바 ‘쉽게 돈버는 시대는 이제 끝났다(easy money is over)’고 볼 수 있다. 경제의 펀더멘탈 자체보다 유동성에 의해 더 크게 좌우되는 지금의 시장상황에선 일정 수준의 수익을 얻기 위해 그에 상응하는 변동성 위험을 감내해야 한다.

셋째 중장기적인 인플레이션 위험에 대비할 필요가 높아졌다. 일반적으로 자산 가격 흐름은 ‘채권-주식-원자재-부동산’의 순서로 움직인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미국 채권 가격은 이미 2013년 고점을 지난 것으로 보이고 이후 주식 시장이 올해 들어 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그러나 채권 시장도 그리고 주식 시장도 더 이상 투자하기에 부담스러운 수준에 이르게 된다면 저가 메리트와 함께 공급 감소에 따른 강세 스토리가 가능한 원자재 시장으로의 자금 유입 가능성이 크다. 이는 자연스럽게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게 될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당장은 강달러 현상과 함께 유가 급락으로 대변되는 원자재 가격 약세 국면에서 인플레이션 우려를 논하는 것이 다소 시기상조로 느껴질 수 있으며 일부 국가들의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면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은 여전히 디플레이션 우려가 큰 상황이고 미국 역시 인플레이션 상황이 목표치에 미달하고 있다.

하지만 향후 2~3년 이내에 시중에 공급된 유동자금이 공급감소와 맞물린다면 원자재 가격 상승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갤런당 2달러선의 저렴한 휘발유가격은 빠르면 1~2년 안에 ‘그땐 그랬지’ 라는 추억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최근 일부 뉴욕 맨해튼 고가 부동산 위주로 ‘묻지마식’ 상승이 일부 나타나고 있지만 부동산 가격의 전반적인 회복은 가장 마지막에 나타날 현상이 될 것으로 예측해 본다.

 

칼럼

<2015년 3월 12일 중앙경제 종합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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