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중국의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는 올해도 ‘나 홀로 성장’을 계속할 조짐이다. 이러한 미국 경제 호황의 배경으로 장기간에 걸친 양적 완화 정책과 저금리 기조 셰일석유 생산 증가가 가져온 에너지 혁명 소비증가와 고용시장의 회복 등 경제학적인 분석이 보통 뒤 따른다. 하지만 미국 경제가 이렇게 ‘잘 나가는’ 배경에는 우리가 흔히 간과할 수 있는 또 다른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그 ‘또 다른 요인’은 미국의 기업 세계가 가진 역동성이다. 기업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주체들이 다이내믹한 상호 작용을 하면서 기업의 가치와 경제 전반의 성과를 높이는 역학관계를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고인 물은 썩는다. 회사도 잘 나갈 때 꾸준히 혁신하면서 미래를 준비하지 않으면 언제라도 시장에서 퇴출되는 것이 현대 자본주의의 현실이다. 여기까지는 미국의 기업과 어느 나라의 기업도 다 똑 같은 환경일 것이다.
미국의 기업 환경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 갖는 특별한 차이점은 회사 이해 관계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이러한 참여를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가 아주 잘 갖춰져 있다는 것이다. 주주는 회사의 주인으로서 은행은 회사의 채권자로서 필요한 시기에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며 이들의 목소리는 회사의 성장과 매출 증대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일부 행동주의 투자자의 기업 사냥이 단기 수익을 추구하면서 기업 경영의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측면에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기업 사냥이 실제 회사의 가치를 증가시킬 수 있다는 믿음이 있으면 이들의 손을 들어주는 것도 미국식 자본주의의 단면이다. 실례로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현재 미국에서 운용하고 있는 자산규모만 해도 천억 달러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회사의 이해 관계자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배경은 이들을 지원하는 시장과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다. 회사의 기술과 제품 산업의 전망 재무 상태 투자자 관리 규제 영향 등을 분석하고 연구해 회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전문가들이 투자은행.M&A 자문회사.로펌.컨설팅 회사 등에 포진해 있으며 회사의 이해관계자들은 이들 전문가를 십분 활용해 자신들의 의견을 개진하게 된다. 회사법과 금융 관련 제도도 주주와 외부 이해관계자가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게끔 주주제안 이사회 운영 채권자와의 계약 정보공개 등 다양한 수단이 운용되고 있다. 이런 전문가 집단과 제도적 장치들은 주주와 투자자들이 기업의 주요 이해관계자로서 회사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역할과 기능을 하도록 해준다. 물론 회사의 경영전략 설정과 지배구조 문제에 많은 사람들이 개입할수록 효율성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회사와 같은 배를 탄 사람들이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얻어 회사가 조금이라도 가치를 키울 수 있는 길을 고민해 의견을 제시하고 이 중 합리적인 부분이 반영될 경우 장기적으로 회사가 더욱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마련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미국의 기업 시스템은 기업 세계를 형성하는 주체들이 부단하게 상호 작용하면서 회사가 잘 되는 길을 찾기 위해 서로 교감하고 때로는 상대방에 대한 채찍질도 마다하지 않는 생태계이다. 때로는 시끄럽고 비효율적일 수 있는 과정이 회사를 좀 더 투명하고 단단하게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좋은 약은 입에 쓰지만 병을 고치는 데는 탁월한 효과가 있다. 기업의 경영도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사람들이 합리적인 조사와 분석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의견 개진을 할 경우 기업의 실적과 경제 전반의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미국의 사례는 시사하고 있다.
<2015년 1월 29일 중앙경제 종합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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