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고속도로교통안전청(NHTSA)에 따르면 지난 2014년 9월부터 제조된 신차에는 차량용 블랙박스인 ‘EDR(Event Data Recorder)’을 의무적으로 장착하도록 했다. 이와 관련 우리기업이 미국 시장개척을 위해 사전에 이해해야 할 부분이 있다. 한국에서 사용하는 차량용 블랙박스와 미국 연방법에서 정의하는 의무화대상 차량 기록장치 즉 블랙박스의 개념은 조금 다르기 때문이다.
연방법에 의거 신차 제조단계부터 장착을 의무화한 운행기록장치(EDR)는 차량 운행속도 엑셀러레이터 압력 분당 엔진RPM 브레이크 조작여부 안전벨트 착용여부 에어백 작동 등 사고와 관련된 차량 운행정보기록 장치를 말한다.
차량용 블랙박스의 개념에는 EDR과 DVR 그리고 한국의 차량 블랙박스 개념과 유사한 대시캠(Dash Cam)으로 구분되는데 연방법의 의무화 대상은 전자인 EDR에 가깝다. 한국에서 주로 사용하는 블랙박스는 사고 시 영상과 음성 위주로 기록하는 장치로 대시캠에 해당한다.
차량용 블랙박스와 관련해 우리가 알아야 할 다른 이슈들도 있다. 사고 시 이 운행정보 기록장치가 저장한 정보 활용 주체의 문제인데 활용 주체가 보험사인가 경찰인가 제조사인가 아니면 차량 소유주인가에 따라 향후 블랙박스 시장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사고 원인조사를 위해 보험사 경찰 등도 사용 가능한 정보로 결론지어진다면 활용도가 높아 한국처럼 블랙박스 시장이 순식간에 커질 수 있으나 아쉽게도 아직 미국 법률은 소유주의 활용 권리만을 인정하고 있다. 차량 소유주 본인이 공개를 거부하면 활용이 안 되는 문제가 존재한다. 다행히 뉴욕주를 포함한 14개 주에서 차량용 기록장치의 기록물을 소송관련자들이 증거자료로 채택 가능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했으나 여전히 많은 주에서 법적 증거로서의 활용에는 제약이 있다.
또 미 정부는 제조단계에서 EDR 장착을 의무화하고 있어 정부의 블랙박스 장착 의무화 조치가 애프터 마켓 제품인 한국형 블랙박스의 수요로 당장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에서 한국형 차량 블랙박스 시장의 전망은 그리 나쁘지 않다. 연방법으로 차량 블랙박스를 의무화한 조치는 EDR에 가깝다고 하나 대시캠 또한 사고에 대비한 보조적 운행기록 수단으로 활용될 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 내 아마존 등 온라인 중심의 유통시장에서 수요가 조금씩 증가 추세에 있다.
다만 기술력이 앞선 한국 블랙박스 제품 생산 기업의 미국 시장 진출 전략은 조금 완충할 필요가 있다. 차량용 대시캠 분야에서 우리 기업의 기술력은 중국보다 상당히 앞서 있다. 그러나 미국 내 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고가 기능을 장착해 가격을 무겁게 해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은 이미 4채널 제품이 출시되고 있으나 미국에서는 아직도 개인정보에 민감해 1채널 수요 중심으로 조금씩 유통되고 있다.
우리 기업 중에는 치열한 내수시장에 집중하다 보니 1채널 블랙박스 제품을 이미 단종시킨 경우도 있는데 미국 시장용으로 개량해 저가로 공략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한국형 블랙박스 제품에 EDR 연동 제품개발 등도 시도해 볼 만하며 저채널 제품에 와이파이 기능을 결합한 제품 등 가격부담을 낮추되 특이한 요소를 가미하는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 그리고 누구나 손쉽게 구매해서 장착 가능하도록 매뉴얼을 단순화하고 장착대행 등 현지 A/S 인프라를 구축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미국 소비자들은 아직 대시캠에 대한 이해도가 낮고 개인정보 문제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어 시장이 잘 형성되지 않으나 최근에 독특한 제품을 찾는 미국 유통사들이 저채널 제품을 찾고 있어 기술력을 보유한 한국 기업들의 대응 준비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이제는 대시캠 장착이 보험 비용과 사고검증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홍보하는 조직적 대응과 미국 보험사 대형운송회사를 대상으로 한 공동 마케팅 활동 등도 함께 시도해 볼 만하다.
<2015년 10월 1일 중앙경제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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