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사람들이 착각을 하는 두 가지가 있다. 첫 째는 지금 가진 권력.명예.건강이 영원할 것이라는 것과 두 번째로 내가 가진 지식·부·행복이 나 혼자만의 노력으로 얻어진 것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바쁜 일상생활 속에서 내가 가진 모든 행복이 나를 둘러싼 모든 이들의 덕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잊고 살 때가 많다.
며칠 전 이노비(EnoB:Innovative Bridge.변화를 이끄는 아름다운 다리) 후원행사에 참석을 했다. 이노비는 장애 어린이와 소아병동 환자들을 위한 무료 음악회를 열어주는 비영리단체다. 입원환자 장애인 그 가족들을 위해 음악회를 연다는 사실보다 설립 된지 3년이 넘도록 월급은커녕 개인 사비를 들여 헌신적으로 봉사하는 이노비 강태욱 대표와 김재연 사무총장을 보면서 내가 잊고 사는 행복에 대한 깨달음과 부끄러운 마음뿐 이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보건복지부 출연기관으로 아직까지는 대중에게 생소한 기관이다. 국가 R&D 예산을 집행하고 보건산업과 의료산업 등을 지원하고 보건의료와 관련된 국제협력사업을 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필자가 가장 의미 있게 생각 하는 사업 중 하나가 국제협력사업 중 하나인 나눔의료다. ‘나눔의료’는 해외의 어려운 환자들을 한국으로 데리고 와 치료를 하는 일종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이다. 본 프로그램에는 심장수술과 각종 이식 수술뿐만 아니라 성형도 포함되어 있다. 성형은 미용성형과 재건성형으로 크게 구분된다. 사실 후자가 성형외과의 주목적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이러한 재건성형이 필요한 해외의 많은 환자들을 무상으로 치료하고 있다. 베트남의 부콕린군은 3살 때 도박에 빠진 아버지가 몸에 불을 질러 화상을 입었고 나눔의료를 통해 2012년부터 지속적으로 한국의 성형외과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몽골의 네르귀군은 선천적으로 코가 없는 비공폐쇄증을 앓고 있었고 이 소년 역시 2013년 국내의 모 대학병원에서 8개월간의 치료를 받고 고국으로 돌아갔다.
참된 나눔이란 무엇일까. 미국이 세계 제일의 강대국이라 하지만 오히려 이러한 풍요 속의 빈곤에서 허덕이고 있는 그들을 생각하며 과연 참된 나눔이란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2012년부터 진흥원 미국지사에서는 한국전 참전용사들을 대상으로 ‘Body and Seoul’이라는 한국의료체험행사를 진행했다. 자신의 조국이 아닌 나라에서 자신의 목숨을 걸고 용맹하게 싸워준 그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진행했던 행사였다. 그리고 2013년 행사 중 진행된 건강검진에서 한 명의 참가자가 암 진단을 받은 사례가 있다. 행사가 끝나고 참가자와 그의 가족은 우리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고 참가자 본인은 “진단을 받은 후 다시 한 번 지금 내가 가진 것과 이룬 것. 그리고 무엇보다 내 곁에 있는 가족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었다”며 자신도 이제 조금 더 나누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
요즘 드라마 대중가요 영화 등으로 한류가 대세다. 이러한 열기가 지속된다면 좋을 일이지만 과연 그 열기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 생각하는 참다운 한류는 나눔의료와 같은 사회공헌을 통해서 ‘따뜻한 한국’이라는 이미지를 알리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또 나눔의 따뜻한 온기가 뜨거운 한류의 열기를 감싸주는 역할을 한다면 그 이상의 시너지 효과가 또 있을까.
1990년대 초 LA 폭동으로 많은 한인들이 피해를 입었던 사례가 있다. 당시 ‘한국인’에 대한 이미지는 ‘돈 만 벌어가는 외국인’이라는 꼬리표가 늘 붙어 다닐 정도로 굉장히 부정적이었다. 다행히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 갈 길이 조금 더 남았다고 생각한다. 이제 이노비와 같은 단체가 활동하고 많은 한인들이 미국사회에 공헌한다면 더 이상 그런 피해는 재발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세월호 여객선 침몰로 모든 국민과 동포를 포함하여 전 세계가 슬픔에 잠겨있다. 함께 그 슬픔을 나누는 것도 좋지만 이러한 시기에 한 번쯤 더 주위를 둘러보는 것도 좋은 생각이 아닐까 싶다. 세월호 침몰사고로 인한 희생자들과 그 가족들께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2014년 4월 23일 중앙경제 종합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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