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중앙일보] 한식을 3 Course Meal로 (유세준, 한국관광공사 뉴욕지사장) KOCHAM February 26, 2015

[뉴욕중앙일보] 한식을 3 Course Meal로 (유세준, 한국관광공사 뉴욕지사장)

유세준(관광공사) (3)

한식당에서 식사할 경우 통상 반찬이 모자라거나 부족하면 예외 없이 꽤 비싸다고 생각되는 장조림이나 버섯볶음 같은 것까지도 더 가져다 준다. 그러나 더 저렴하다고 생각되는 밥을 더 달라고 하면 대부분 1~2달러 정도를 추가로 받는다. 왜 그럴까? 누군가가 꽤 재미있는 분석을 내놨다. 우리의 독특한 음식문화에 기인한다는 것이다. 즉 밥은 주식이고 반찬은 부식이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다. 부수적인 것은 얼마든지 그냥 따라 올 수 있지만 주가 되는 것은 값을 받는다는 논리다.
물론 서양음식에도 사이드 디시라는 것이 있지만 우리네 반찬과는 개념이 좀 다르다. 사이드 디시는 개별로도 하나의 독립된 음식이 될 수 있지만 반찬은 반드시 밥과 같이 어우러져야 그 기능을 발휘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우리의 전통 식단은 공간 배열형이다. 밥과 국 반찬 숭늉까지 온갖 음식이 한번에 나온다. 우리 음식문화의 특성상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대표적인 음식이 한정식이다.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하나의 공간에 애피타이저 메인 디저트 구분 없이 모두 한꺼번에 출현한다. 골라먹는 재미가 있기는 하지만 서양인들에게는 낯선 방식이다. 서양의 음식은 시간 전개형이다. 각각의 독립된 음식들이 시차를 두고 서빙된다. 얼마 전부터 우리도 서양식 코스요리처럼 순서에 입각해 서빙하는 한식당도 있기는 하지만 아직은 일부에 불과한 실정이다. 그들에게 다가가려면 그들에게 익숙한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성공확률이 좀 더 높을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서양식당들의 보편적인 서빙 방식인 ‘3 Course meal’ 개념을 한식에 도입해 보면 어떨까? 요즈음은 그런 사람들이 거의 없지만 과거에 서양사람들을 한식당에 데리고 가면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 전에 미리 가져다 놓는 김치나 나물 등 밑반찬을 샐러드나 애피타이저로 생각하여 다 먹어버리는 경우도 보았다. 그들에게 반찬이란 개념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 음식종류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충분히 3코스로 서빙 할 수가 있다고 본다. 그렇게 되면 더 높은 가격도 받을 수 있고 다양한 한식소개도 가능할 것이다.
예를 들면 김치.나물.편육.각종 전.호박죽 등을 에피타이저로 분류하고 불고기.갈비찜.돌솥밥.생선구이 등은 메인요리 카테고리에.떡.화전.약식.경단.다식.약과.강정 등을 디저트로 묶어서 3코스로 제공하면 될 것이다. 이렇게 할 경우 기존의 10~15달러선인 한식을 단번에 30달러대의 음식으로 바꿀 수 있다. 식당 내외부의 위생 및 환경개선과 약간의 인테리어를 바꾸게 되면 전혀 불가능한 일도 아닐 것이다. 같은 콘텐트이기는 하지만 포장과 형식을 조금 다르게 함으로써 서양인들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넛지효과라는 말이 있다. 아주 사소한 팁이나 간단한 동기부여가 엄청난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남자화장실 사용과 관련하여 깨끗하게 사용해 달라는 수많은 안내와 광고를 했지만 성공적이지 않았다. 그런데 변기에 조그만 파리그림을 하나 그려 넣었더니 모든 사람이 한 발짝씩 앞으로 다가와 사용하게 되어 화장실이 깨끗해진 사례가 있다고 한다. 대표적인 넛지효과 사례로 자주 인용되고 있다.
물론 쉽지 않은 작업일 것이다. 음식이라는 것이 언어보다도 바꾸기 힘들다고 할 정도로 오랜 역사와 문화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또한 한식당의 주 고객인 한인들에겐 매우 낯선 상황이 될 수도 있다. 몇몇 식당의 노력만으로 될 일도 아니다. 식당들의 인식전환 언론의 캠페인 유관기관들의 지원 및 후원 고객들의 협조 등이 어우러져 수년간 노력해야 할 과제일 것이다. 미주전체 한인은 200만 명이다. 미국 전체인구는 3억3000만 명이다. 100배 이상의 시장이 있다고 생각하면 한번 해 볼 만 하지 않은가?

 

 

칼럼 기사

 

 

<2015년 2월 26일 중앙경제 종합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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