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을 방문할 때마다 변화의 속도에 놀라는 경우가 많고, 한편 미국과도 비교하게 된다. 또한 오랜만에 미국을 방문하는 분들로부터 “시간이 많이 흘렀음에도 미국은 변한 게 별로 없다” 라는 얘기를 듣는다. 미국에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면서 직, 간접적으로 접하다 보니 한국에서 서비스나 제품을 접하고, 새로운 주변명소를 둘러볼 때면 조금은 더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된다. 특히 이러한 것들이 ‘미국에서도 적용이 될 수 있을지?’ ‘미국에도 있다면 어떻게 다를지?’, 그리고 ‘두 나라의 문화와 시장이 어떻게 다르기에 이런 차이가 나오게 되는지?’ 등을 생각해보게 된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트렌드에 매우 민감하고, 좋은 점을 발견하면 바로 유행을 만들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제품과 서비스개발의 속도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평창올림픽 선수단이 입었던 롱패딩 유행도 대표적인 최근의 사례이다. 지난 겨울 서울에 가보니 마치 온 국민이 롱패딩을 한 벌씩은 다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가면 모두가 한 학교의 유니폼을 입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경우조차 있었다. 무릎 밑까지 따뜻하고 하의패션을 별로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기능성이 있기는 하지만, 10대와 젊은 층은 거의 모두가 1년만에 한 벌씩 마련해 입고 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개인의 개성이나 자기만의 주관이 부족한 건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미국에서 혁신적인 서비스와 제품을 들여다 보면 다양한 소비자 집단을 대상으로 가급적 많은 소비자의 필요와 편의성을 충족시키는데 최적화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반해 한국은 문화적, 지역적으로 공통분모가 많은 소비자 집단이기 때문에 보편적 필요 보다는 몇 가지 소비자 요구에 초점을 맞추어 제품이나 서비스들이 만들어지고 혁신의 방향성도 그에 맞추어 있는 것 같다. 한 예로 한국에서 크레디트 카드를 사용하면 미국에서 오랫동안 거주한 분들은 당황하는 경우가 있는데, 카드사에서 제공하는 카드별 혜택과 매장에서 받게 되는 많은 질문들이 대표적이다. 멤버쉽, 포인트 적립, 할인, 경품응모 등의 질문을 받으면 어리둥절하게 되고 ‘이런 걸 어떻게 다 알고 활용하지?’ 하는 생각이 든다.
빠른 변화와 혁신의 나라, 대한민국이라고 생각하지만 정작 꼭 필요한 혁신은 미국에 비해 늦어 아쉬움이 남을 때도 있다. 미국은행과 한국 은행의 온라인 거래 편의성 차이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한국의 온라인뱅킹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최소 3~4개의 프로그램을 설치해 업데이트 하는 동시에 공인인증과 자물쇠카드까지 써야 된다. 지난 10년간의 엄청난 기술발전을 감안하면 발전한 게 없다는 생각이 들고, 특히나 미국에 살고 있는 우리들이 사용할 경우엔 더욱 큰 어려움으로 다가온다. 이 밖에도 많은 나라에서 자리를 잡은 우버나 리프트 등의 택시 서비스도 한국에서는 아직 사용 못하고 있는 것도 또 다른 사례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빠른 변화와 혁신의 문화가 글로벌 사업환경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가 K 뷰티로 불리는 화장품 사업인데, 작은 차별화 요소와 기능성들이 마케팅 측면에서 큰 강점이 되고 있다. 물론 한국 드라마와 KPOP이 문화적 인지도를 높이는데 큰 기여를 했으나, 구매자들이 갖는 특성을 제품에 접목하는데 있어 우리의 문화가 글로벌시장 개척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마스크팩 제품 같이 사용자 측면에서 편의성을 감안한 제품과 다양한 기능성들이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개발되어 판매되는 제품과 서비스들을 눈 여겨 보고 찾아내어, 그 중 미국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요소들을 선별해 현지화 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는 사업들을 더 많이 만들어 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아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해당 기사 웹사이트로 연동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