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11일 USA TODAY 경제면의 헤드라인은 ‘Auto biz no longer a ‘boys’ club’ 이었다. 미국 10대 기업중의 하나인 GM 이 Dan Akerson의 후임으로 Mary Barra 를 GM의 신임 CEO 로 임명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녀는 1980년 인턴으로 입사한 이후, 33년만에 미국 7위 기업의 수장이 된 것이다. 현재 미국 500대 기업중 이미 Hewlett Packard, IBM, PepsiCo, Lockheed Martin, DuPont 등 다수의 기업들이 여성 CEO를 두고 있으니 새삼스러운 뉴스는 아닐지라도 사회 전반에 걸친 여성약진의 또 한 장면을 보여주고 있어 의미있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1년전, 미 국방부는 여성의 전투병과 허용 및 전투현장 투입을 발표한 바 있다. 비록 정치논리라는 비판을 받기는 하였지만 이제 남녀를 구분하여 논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
농경사회에서 산업화사회를 거쳐 현재 지식,정보화사회에 와 있는 우리는 다시 감성화사회로 숨가쁘게 넘어가고 있다. 생존을 위한 농업, 어업등 1차산업의 시대에서 공장과 기계를 가동하여 필요한 물건을 만들어 생활의 편의를 추구한 2차산업의 시대를 거쳐, 금융이나 물류등 서비스를 기반으로 지식,정보화 3차산업의 시대로 생활의 폭을 넓혔다. 이제는 그 기반위에서 문화, 패션, 관광등 감성이 필요한 시대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맞물려 지식,정보화 시대부터 사회의 전면에 등장한 여성들이 이제 사회의 주역으로 바뀌고 있다. 남성우위의 시대는 저물고 남녀평등의 시대를 지나, 이제 여성우위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대중가요만큼 시대의 변화와 정서을 잘 반영하는 것도 없을 것이다. 헤일 수 없는 수많은 밤을…오늘도 기다리는 동백아가씨(1964 이미자의 동백아가씨), 너의 침묵에 메마른 나의 입술 차거운 내 발길에 얼어붙은 내 발자국(1972 양희은의 아침이슬), 나 오늘밤은 무서워요…저 하늘 둥근달이 외로워 보여요(1986 김완선의 오늘 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 없을거야…여자들을 저울질 할 만큼 잘 났니. 착각하지마(1997 엄정화의 삼자대면), 나는 콧대 높은 여자, 시건방진 여자. 자신있음 이리 와 봐 애송이들아(2003 렉시의 애송이). 비나 확 쏟아져라 now 가다 확 넘어져라 너 담에 겪어봐라 다 uh~(2013 카라의 숙녀가 못돼). 순종과 복종의 이미자로부터 통키타와 섹스어필등 외형은 바뀌었지만 의식은 변하지 않았던 양희은과 김완선을 거쳐, 남자들과 맞짱뜨는 엄정화에 이어, 이제 남자를 무시하는 렉시와 카라의 시대가 된 것이다.
필자가 종사하고 있는 관광분야야 말로 대표적인 감성산업이면서 여성이 활동하기 좋은 무대이다. 관광은 대표적인 Hospitality 산업이라고 한다. 여성의 우아함, 섬세함, 아름다움이 빛을 발할 수 있는 곳이라는 말이다. 이곳 뉴욕지역만 보더라도 ASTA, PATA, Skal 등 주요 국제관광기구의 회원 60% 이상이 여성이고 Skal 회장 과 PATA 의 사무국장 또한 여성이다. 또한 일본, 필리핀, 인도네시아등 주요 아시아 관광공사의 지사장이 여성이며, 동포사회의 경우도 US TRAVEL, 신라, 유여행사, 익스프레스등 다수의 여성들이 각 여행사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의 경우, 로스엔젤레스, 뉴욕, 토론토등 북미주지역에 3개의 지사를 운영하고 있는데, 주재원 9명중 로스엔젤레스지사장을 비롯하여 여성이 5명이나 된다. 어떤 기관이나 상사보다도 여성비율이 높다. 그만큼 관광분야가 여성이 활동하기에 적합하고 적절하다는 반증일 것이다. 한국관광공사는 한국에서 여대생들이 취업하고 싶어하는 직장 1위, 여성들이 일하기 좋은 직장 1위등의 실적과 수상경력을 가지고 있다. 한국관광의 미래가 여성들의 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는 말은 이제 박제하여 박물관으로 보내야 할 것 같다.
<2014년 1월 29일 중앙일보 종합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