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중앙일보] 함께 하시겠습니까?(류동언, Baker Tilly Virchow Krause, LLP 파트너) KOCHAM November 12, 2015

[뉴욕중앙일보] 함께 하시겠습니까?(류동언, Baker Tilly Virchow Krause, LLP 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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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초 연방교육부의 민권사무국은 과거 15년간의 입시사정자료를 분석한 결과 프린스턴 대학교가 아시안을 차별하였다는 증거를 찾지 못하였다고 발표하였다. 이후 10월초에는 이코노미스트지가 미국 내에서 아시안들이 입시에서 받아온 차별에 대한 인내심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특집기사를 내었고, 북부 뉴저지의 레코드지도 아이비리그 학교들이 교육기관으로서 당연히 추구해야 할 다양성을 아시안들이 차별로 인식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도 있다. 기사들을 읽으며 6년 터울의 두 아이가 애써 준비하여 대학교에 진학하는 것을 10년에 걸쳐 지켜 본 아버지로서 만감이 교차하였지만, 나의 마음을 더 아프게 했던 것은 오히려 다른 것이었다.

 

이코노미스트의 기자는 우수한 아시안들 커서 미국 주류사회의 리더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은 이유를 분석하면서 유교의 영향을 받은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늘 조용히 하고 얌전하게 있어라, 나서지 말고 따지지 말고 권위에 대항하지 말라 라고 가르치기 때문에 아이들이 누구보다 훌륭한 조건을 가지고 있더라도 리더쉽에 도전할 확률이 훨씬 적다고 분석하였다. 아이들이 미국에서 자랐기 때문에 버릇없다는 말을 들을까 염려하여 더욱 엄하게 키웠던 나로서는 오래 전에 있었던 일을 떠 올리며 더욱 마음이 아려왔다.

 

작은 아이가 중학교에 다녔을 때의 일이었다. 아무 것도 아닌 일로 꾸중을 듣던 작은 아이가 정작 크게 혼이 나고 말았던 이유는 꾸중을 하는 부모를 똑바로 쳐다 보면서 또박또박 말대답을 하였기 때문이었다. 마침 방학이라서 집에 와 있던 큰 아이가 조용히 다가와서 동생이 왜 그렇게 하는지를 설명해 주었을 때에, 즉 학교에서는 선생님이 질문을 할 때에 눈을 피하거나 대답을 하지 않으면 오히려 문제가 된다는 것을 일러 주었을 때에는 무심코 지나쳤으나 조금 시간이 흐른 뒤 되돌이켜 보니 꾸중을 하는 동안 아이에게 했던 말들이 다 질문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슨 일이니, 왜 그랬니, 그렇게 하면 어떻게 하니 등등. 아이는 배운 대로 모든 질문에 대답을 하고 있었는데 꾸중하는 부모는 원래 대답을 기대하지 않았었기에 말대꾸로 오해하고 말았던 것이었다.

 

국민소득 천불달성이 큰 목표이던 시절의 개발도상국 한국에서 받은 교육에 의지해서 21세기의 미국을 살아가는 자식들을 향하여 “나중에 차별을 안받고 잘 사는 길은 열심히 공부를 하고 노력을 해서 좋은 학교에 진학하고 누구에게도 무시 당하지 않는 직업을 갖는 것이다”라고 매일같이 밀어 붙이는 부모의 마음을 남들은 절대 모를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오랫동안 지켜오던 중요한 가치들이 매일 도전을 받으면서 모든 것의 옳고 그름이 사람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을 절대가치로 인정하는 법정에서 재해석되고 재정의 되면서 빠르게 변하고 있는 미국이라는 현실에 크게 관심도 없고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막연하게 10년 아니 30년 뒤의 세상에는 우리 아이들이 이 나라의 당당한 주인공으로 살아 가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 아닌가 냉정하게 되돌아 보게 된다.

 

2010년 인구조사에 따르면 3억 900 만 명의 미국 인구 중 한인은 고작 170만 명을 약간 넘을 뿐이다. 우리의 후손들이 비록 수적으로는 적다 하더라도 바른 가치관과 정체성을 지키면서 리더의 자리에 서도록 도와 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진정으로 고민하면서 행동해야 하는 것이 우리 세대의 책임이라고 믿는다. 이코노미스트지의 기자는 유대인들이 정치력을 갖게 되었을 때에 비로소 아이비리그 학교들이 유대인에 대한 차별을 멈추었다는 한 연구를 인용하고 있는데, 물론 정치력 신장은 든든한 경제력이 동반이 되었기에 가능하였을 것이다. 많은 분야에서 우리 젊은이들이 경제력과 정치력을 키우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을 보면서 내가 평생 배우고 익힌 것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힘닿는 데까지 나서서 도와 주고자 한다. 그 위에 무엇보다도 세상이 결코 돈과 힘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며 절대로 타협할 수 없는 진리와 절대 가치가 있다는 것을 가르치는 데에도 소홀히 하지 않으면서,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항상 돌아와 쉴 수 있는 울타리와 보금자리가 되는 진정한 부모가 되고자 한다. 함께 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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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12일 중앙경제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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