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쥐에 대한 첫 번째 기억은 어릴 적 전국적으로 시행된 쥐잡기 운동이다. 당시는 우리나라가 농업국가였던 시절이라 농산물이 무엇보다도 중요했고 사람들이 먹을 쌀도 부족한데 쥐가 식량을 축내고 또 여러 가지 병균을 옮기니 위생상 문제도 있었다.
두 번째 쥐는 사회생활 초기부터 등장한 컴퓨터의 마우스다. 생긴 모양이 쥐와 흡사하여 마우스로 이름 붙여진 이것은 최근 아이패드와 같은 기기들이 등장하기 전까지 일부 노트북을 제외하고는 컴퓨터 작동에 꼭 필요한 것이었다. 세 번째 쥐는 필자가 종사하고 있는 관광산업의 꽃이라고 불리는 ‘마이스(MICE)’산업이다.
세계적으로 공인되지는 않았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권에서는 널리 통용되는 용어다. 기업회의(Meeting) 보상관광(Incentive Travel) 국제회의(Convention) 전시박람회(Exhibition)의 머리글자를 따서 마이스로 불리며 정부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지정된 후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이쯤에서 필자는 네 번째 쥐를 강조하고자 한다. 바로 명동(M) 인사동(I) 청계천(C) 이화여대 앞(E)이다. 명동은 말할 것도 없이 지금 현재 한국관광의 메카와도 같은 곳이다. 방한 외국인의 80%가 서울을 찾고 그들의 80%가 명동을 찾는다. 70~80년대 국내상권을 석권하고 있다가 강남에 밀려 쇠락하던 명동은 관광객으로 인하여 이제 한국관광의 랜드마크 반열에 올라왔다.
작년에는 투어리즘 리뷰 닷컴에 의해 맨해튼 5애브뉴 파리의 샹제리제 거리 등과 함께 세계 10대 쇼핑 목적지로도 선정된바 있다. 특히 일본인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있다. 인사동은 골동품 상점.화랑.표구방.필방.전통 공예품점 등이 집중되어 있고 전통찻집.전통주점.전통음식점이 번성하고 있다.
상주인구 8000여 명에 방문객이 하루 10만 명에 이를 정도로 많아 상주 인구보다 관광객 등 유동인구가 훨씬 더 많다. 과거 엘리자베스 영국여왕도 이 지역을 방문한 바 있다. 이곳에서 서양여자들의 흔한 이름인 메리(Mary)를 부르면 한두명은 돌아본다고 해서 ‘메리의 골목(Mary’s Alley)’이라고 불릴 정도로 미국과 유럽관광객들이 많이 찾고 좋아하는 지역이다.
청계천은 서울도심을 가로지르는 쉼터로서 광교에 위치한 청계광장에서 시작해 정릉천이 합류되는 고산자교까지 약 5.8㎞에 이르는 구간이다. 청계팔경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으며 답답한 빌딩숲의 도심 한복판에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인 곳으로 서울을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꼭 방문해야 할 곳이 되었다. 복원 초기에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은 바 있다. 내외국인 모두가 즐겨 찾고 있다.
이대앞은 최근 중국인 관광객 급증과 함께 새롭게 각광받는 지역이다. 이화(梨花)의 중국어 발음이 리화(lihua)로 중국어로 ‘이익이 생기다’라는 뜻의 리파(利發.lifa)와 비슷한 발음이기 때문에 중국 관광객들 사이에 ‘이대앞에서 사진을 찍으면 부자가 된다’라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이로써 중국인 관광객의 필수코스가 됐다.
한국관광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여러 가지 논의가 있지만 필자는 다시 ‘기본으로’를 강조하고 싶다. MICE산업이나 의료 관광 사업 등이 최근 핫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관광객의 대부분은 국제회의나 의료처럼 특수목적이 아닌 일반관광객이다. 따라서 이들이 자주 찾는 곳 이들이 가고 싶어하는 곳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대단히 중요하다.
명동 등 이들 4개 지역은 한국을 찾는 외국인이 적어도 한곳은 반드시 둘러보는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위생.치안.통역.안내 시스템 등이 이들 지역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룩한 히딩크 감독이 처음 한국팀을 맡아서 한 일은 축구기술보다는 90분간 쉼 없이 그라운드를 누빌 체력을 키우는 것이었다. 기본에 충실해야 응용도 되고 확장도 쉽다. 산토끼를 쫓다가 집토끼를 놓친다던지 화려한 요리에 취해서 기본 밑반찬을 소홀히 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2014년 11월 13일 중앙경제 종합3면>
해당기사링크: https://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29651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