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CHAM 칼럼] 애스홀들을 찾아라(김훈, CKP회계법인 대표) KOCHAM September 22, 2016

[KOCHAM 칼럼] 애스홀들을 찾아라(김훈, CKP회계법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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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유명한 야구해설가 하일성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장군의 아들이자 상당한 재력가로 알려진 그가 빚쟁이가 되고 사기 누명까지 썼는데 오랜 지인이었던 부동산업자를 믿고 인감과 부동산매각에 관한 서류를 맡긴 것이 화근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지인이 돈을 들고 행방을 감추고 나서 10억원대에 이르는 체납세금 때문에 인생의 벼랑끝에 몰렸고 여러가지 나쁜 일들이 겹쳐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한다. 단골 메뉴다. 믿었던 사람의 배신, 사업실패, 한꺼번에 찾아온 나쁜 일들. 언제나 시작점에는 애스홀(Asshole)이 있다. 직역하면 똥구멍이지만 미국에서는 재수없는 사람, 인간답지 않은 짓을 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스탠포드대 조직학자인 셔튼교수의 저서 ‘애스홀 제거원칙 (No Asshole Rule)’에서는 우리가 속해 있는 조직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애스홀들을 조기에 찾아내서 없애지 않으면 그 피해를 복구하는 데 수 배 또는 수십 배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직 내에서 부정적인 일은 긍정적인 일보다 최소 5배는 빨리 전이되며 중간관리자가 애스홀인 경우에는 더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조직원들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아 조직과 보스에 대한 신뢰와 충성심이 떨어지고 일에 대한 의욕이 없어짐으로써 능률이 저하될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이직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또한 능력이 안되는 자가 관리자가 되면 애스홀이 될 확률이 높아진다. 끊임없이 자기를 포장하고 방어하여야 하는 것뿐 아니라 자기를 인정하지 않는 조직원을 괴롭히고 상사를 미워하는 것이다. 끊임없이 기회를 살펴서 경쟁사로 옮기거나 바로 앞집에 똑같은 가게를 내기도 한다.

조직에만 애스홀이 있는 것이 아니다. ‘초한지’에 나오는 영웅 항우와 그의 삼촌 항량 얘기다. 진시황 사망으로 대륙 전역에 반역의 봉기가 번져가던 때, 어쩌다 살인죄를 저지른 항량은 조카를 데리고 회계 땅으로 가 몸을 숨기게 된다. 그 지역의 군수였던 은통이라는 사람이 이를 알고 항량을 초청했고 천하가 어지럽다며 자기를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은통이 사리사욕이나 챙기는 탐관오리임을 알고 있던 항량은 “내가 먼저 나서 다른 사람을 제압해야 할 것이요, 나중에 나선다면 다른 사람에게 제압당할 것이다(先發制人, 後發制于人)”라는 생각으로 항우를 시켜 단숨에 은통의 목을 자른다. 그렇게 하여 또 다른 영웅 유방과 천하를 다투게 된다. 남의 꾀를 미리 알아차리고 일이 생기기 전에 막아내었기 때문에 항우를 영웅으로 기억할 수 있는 것이다.

셔튼교수는 애스홀임이 발견되었거나 가능성이 있는 조직원은 즉시 제거를 해야한다고 역설한다. 시간이 길어지면 ‘애스홀 중독(Asshole poisoning)’ 피해도 커지고 제거하기 점점 어려워 질 수 있다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우리의 삶이 너무 짧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서로 좋은 사람들끼리 그리고 행복하고 안락한 삶을 살기에도 너무 짧은데 왜 이러한 애스홀들과 부대끼며 살아야 하느냐는 의미이다.

하일성씨도 믿었던 지인이 애스홀일 것이라고 한번이라도 의심을 했었더라면 “미안하다, 사랑한다”라고 아내한테 휴대폰 문자를 쓰고 결국 전송하지 못한 채 이승을 황망히 떠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명심보감에도 “해고종견저(海枯終見底)나 인사부지심 (人死不知心)이니라”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바다는 마르면 마침내 바닥을 볼 수 있으나 사람은 죽어도 그 마음을 알지 못한다는 뜻이다. 남을 해쳐서라도 폼 나게 살아보겠다는 애스홀이 넘치는 세상에 선발제인(先發制人)의 지혜가 더욱 필요한 때이다. 또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불행한 일은 늘 겹쳐서 온다”는 속담은 진리에 가깝다. 이러한 어려운 일들이 지나가고 있는 분들을 위해 어느 회교사원의 벽에 있는 시를 옮긴다. “운명에는 이틀이 있다. 하루는 당신 편, 다른 하루는 당신에게서 등을 돌리리라. 그러므로 운명이 당신 편일 때 자만하거나 무모하지 말며, 운명이 등을 돌릴 때 참고 기다려라”

 

<2016.09.21 중앙경제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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