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역사발전과 문명, 문화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요소가 무었일까? 우선 기후를 생각 할 수 있다. 러시아에 문학과 예술이 발달한 이유가 추운 기후탓에 실내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았던 탓이고, 일본에서 온천문화가 발달한 것도 습기가 많은 일본특유의 기후와 연관이 깊다. 파리나 밀라노에서 패션산업이 발달한 것도 기본적으로는 기후를 떼어 놓고는 설명 할 수 없다. 인류 4대문명의 발상지가 모두 4계절이 뚜렷한 지역으로서, 문명과 문화의 발전은 이들 지역이 계절의 변화에 대응하고 다양한 기후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이루어 낸 것임은 부인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음식은 기후보다도 더 강력한 요인이다. 요즈음은 하루에 2번 또는 1번인 경우도 있지만 통상적으로는 하루 3번, 평생을 하는 작업이다. 생활에 밀접한, 아니 우리의 삶 자체가 먹거나 마시는 행위, 바로 그것이다. 우리가 늘상 접하고 참가하게 되는 각종 행사나 회의, 이벤트등에 음식은 빠질 수가 없다. 언어는 바꾸어도 음식은 못바꾼다는 말도 있다. 동포 2-3세들이 한국어를 전혀 못해도 성인이 되면 본능적으로 한국음식에 끌리게 된다. 그들 몸의 DNA가 그렇게 되어 있는 것이다. If you tell me what you eat, I will tell you who you are.라는 말도 있다. 그만큼 음식은 각각의 삶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강력한 요소이다. 또한 한나라의 문화나 그 국가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중의 하나가 그 나라의 음식을 통해서라는 것도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지난 연말 후니김이 운영하는 맨하탄의 한식당 ‘한잔’이 뉴욕타임즈가 선정한 2013 뉴욕 10대 레스토랑에 선정되었다는 뉴스는 사뭇 의미가 남다르다 하겠다. ‘한잔’은 한식당으로는 ‘정식당’ 과 더불어 유이하게 미슐렝가이드 별점을 받은 후니 김의 또 다른 한식당 ‘단지’의 2호점 성격이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 보면 ‘단지’와는 다소 다른 컨셉의 식당임을 알 수 있다. ‘단지’가 한식을 현대적으로 맛있게 재해석하였다고 한다면 ‘한잔’은 된장, 고추장등 한국의 장을 활용한 음식이 주 요리로, 보다 더 정통한식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정식당’의 임정식 셰프도 ‘외국인들은 오히려 더 정통한식의 맛을 좋아하고 새롭게 느낀다며 그들의 입맛에 맞추려 하지 말고 한국인에게 맛있는 맛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좋다’ 라고 한다.
서울시내 대부분의 특급호텔들이 ‘돈이 안되니 한식당을 접자’는 분위기 속에서 한식당을 축소,폐점했지만 롯데호텔은 역발상으로 호텔 지하1층에서 단품류를 팔던 한식당을 호텔최고층인 38층으로 이전하여 고급레스토랑으로 탈바꿈시켰다. 일본,중국인만 찾던 한식당에서 미주,유럽계등이 찾기 시작하였으며 일평균매출이 종전보다 2.5배 증가하였다. CJ그룹은 7년안에 50여개국에 5만개 이상의 매장을 열고 세계인들이 1주일에 한번은 한식을 먹게 하겠다며 ‘비비고’를 필두로 음식한류를 야심차게 전개하고 있다. 뉴욕에서 조리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에서 ‘뉴요커는 한식을 어떻게 인식하는가’라는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은 ‘온고푸드’의 최지아대표는 박물관 큐레이터처럼 한국 식문화를 설명하는 푸드큐레이터가 한국음식을 소개하는 투어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삼겹살을 굽고 폭탄주를 마시는 한국의 회식문화를 소개한 ‘나이트다이닝투어’가 그 대표적 사례다.
영국의 Fish & Chips, 미국의 스테이크, 일본의 사시미등은 좀 가혹하게 표현하자면 음식이라기 보다는 식자재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음식이라는 것은 각종 식자재에 다양한 기법이 가미되어 특별한 맛이나 향취를 내는 것임을 감안할 때 이들은 식자재 그 자체이거나 아주 원시적인 단계의 가공과정을 거친 음식들이다. 우리 음식은 무치고 데치고 발효시키고 저장하고 숙성시키고등의 복잡다단한 과정을 거친 음식들이 많다. 그만큼 고급음식인 것이다. 드라마한류, K_POP 한류에 이어 음식한류에 빠진 외국인들이 본토음식의 맛을 보겠다고 한국으로 몰려가는 장면은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2014년 5월 21일 중앙경제 종합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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