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에너지시장, 한국의 더위를 식혀 줄 수 있을까? (KOCHAM 이사회사 한국산업은행 뉴욕지점장 김재익) KOCHAM June 19, 2013

美 에너지시장, 한국의 더위를 식혀 줄 수 있을까? (KOCHAM 이사회사 한국산업은행 뉴욕지점장 김재익)

김재익 산업은행 지점장이번 여름에도 우리나라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서울은 벌써 낮 평균기온이 30도를 넘어 6월 기온으로는 기상관측 106년만에 최고기록을 세웠다 하고, 때 이른 더위에 벌써부터 전력경보가 일상화되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 원전문제까지 겹쳐 올 여름 블랙아웃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전력수급 사정이 좋지 않다. 찜통 더위를 참는 것도 힘든데 원전부실까지 불거져 전력수급은 물론 시민들의 안전까지 위협받고 있다니 시민들이 열불날만도 하다.

우리나라가 전력문제로 무더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지금 미국에서는 천연가스와 원유의 수출문제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세계 최대의 에너지 수입국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미국의 원유생산은 전세계의 8.6%(2011년 기준)을 차지하여 사우디, 러시아에 이어 세계 3위이다. 그러나 자국 소비가 워낙 많아 미국의 원유순수입은 전세계의 1/4로 단연 1위이다. 1970년대 2차례 오일쇼크와 당시 미국 원유생산량 감소를 계기로 미국은 1979년 국가전략적 차원에서 원유수출을 캐나다와 멕시코로 제한하는 수출관리법(Export Administration Act)을 제정하였다. 그 이후 미국 에너지원의 수출은 사실상 금지된 상태이다.

그러나 최근 셰일(Shale)층을 개발할 수 있는 기술의 발전으로 미국 에너지산업은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미국의 석유생산은 지난 2년간 26%나 증가하여 금년말에는 국내생산이 해외수입을 능가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석유가스 채굴업의 활성화가 미국경제 성장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오바마 행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최근 관련업종의 고용 증가속도는 비농업부문 평균보다 3배나 된다고 한다.

원유 및 천연가스의 생산이 늘어나면서 판로를 확대하려는 미국 채굴업체 뿐만 아니라 국제 에너지기구 등은 30년 이상 지속된 미국의 수출관리법의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경기회복에 전력을 쏟고 있는 미 정부로서도 오래된 빗장을 풀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여 미 에너지성은 루이지애나 洲 소재 Sabine Pass 천연가스 수출을 2010년 9월 FTA 체결국에 대해 처음 허용한 이후 2011년 5월에는 비체결국으로 확대 승인하였다. 또한 지난 5월에는 인근 텍사스의 Freeport에서 일본으로의 가스수출을 승인했다. 원래 이 두 사업장은 천연가스 수입을 위해 건설되었는데 몇년만에 수출용으로 전환하게 된 것이다. 천연가스를 원료로 사용하는 Dow Chemical 등 화학업체나 환경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에너지개발업체의 이익과 경기회복을 위해 아끼던 화석원료도 이제 미국의 수출품이 된 것이다.

미 정부의 최초 해외 에너지수출 승인 프로젝트인 Sabine Pass 프로젝트에는 우리나라 기업도 참여하고 있다. 2단계 사업으로 추진 중인 3호기에서 생산된 액화가스를 한국가스공사가 수입하게 된 것이다. 이번 계약으로 우리나라는 중동에 집중된 수입선을 다변화할 수 있게 되었다. 총사업비가 100억불을 초과하는 이번 프로젝트의 성사에는 한국계 금융기관의 역할도 컸다. 산업은행과 무역보험공사(K-SURE) 등 국내금융기관들이 자금지원과 보증을 통하여 대규모로 참여하고 있다.

미국산 천연가스가 우리나라의 시원한 여름나기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나, 미국 에너지시장의 변화가 우리에게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세계 에너지시장에서 새로운 변수로 떠오른 미국시장에서 세계 원유 및 천연가스 수입 5위인 한국의 많은 비즈니스와 한국금융기관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

 

(KOCHAM 이사회사 한국산업은행 뉴욕지점장 김재익, 6월19일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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