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이 소위 ‘아베노믹스’에 대해 시장이 환영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경제는 너무 복잡한 해법이 필요한 만큼 현실적으로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
폴 쉬어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사 글로벌 수석이코노미스트 겸 경제리서치부문 대표는 8일(현지시간) 미한국상공회의소(KOCHAM, 회장 김양규)가 뉴저지 티넥 메리옷 호텔에서 주최한 조찬 강연을 통해 이처럼 신중한 전망을 내놓았다.
호주에서 태어난 쉬어드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글로벌 경제 전반을 연구하고 있고 앞서 리먼브러더스에서 아시아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를 역임하면서 일본에서 13년간 체류했던 아시아통(通)으로 불린다. 그는 “아베 총리는 취임 이후 일본은행(BOJ)을 통한 적극적인 부양정책으로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며 “그는 젊은 총리이면서도 과거 1년간 집권했을 때에 비해 더 성숙해진 만큼 기대를 걸어볼 만하며 일단 시장도 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단적인 예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11주 연속으로 일본 주식을 순매수하고 있으며 이 기간중 누적 순매수규모는 무려 3조엔에 이르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아울러 “아베 총리 임기가 1년이지만, 과거 고이즈미 총리 등과 같이 연임할 것으로 보여 아베노믹스도 단기간에 종료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쉬어드 이코노미스트는 “종합적인 물가지표인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가 지난 1994년 고점에서부터 18%나 추락한 반면 명목 GDP는 지난 10년간 평균 마이너스(-) 0.4%에 불과했다”며 이같은 지표로 볼 때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현재 일본 정부는 오는 2015년 10월까지 소비세율을 현재 5%에서 10%로 높이기 위해 명목 GDP 목표치를 3%로 잡고 있지만, 작년 성장률이 -0.4%였던 만큼 갑작스럽게 성장률이 뛰긴 어려울 것”이라고도 했다.
외국인들의 공격적인 일본 주식 매수에 대해서도 “이는 일본이 당장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기대감보다는 아베노믹스 자체에 대한 다소 흥분된 반응에 따른 것”이라며 “오히려 이는 건강하지 못한 신호로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지난 30년간 매 10년마다 GDP가 2배씩 뛰었고 금융위기 이후에도 8~9%의 성장률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놀라운 모습을 보여줬다”며 이같은 성장세가 다소 낮아지긴 하겠지만, 내년까지 7~8%대의 성장률은 꾸준히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다만 “경제 성장에서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속적으로 커지는 반면 소비 비중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며 “소비에 비해 투자의 변동성이 큰 만큼 경제에 큰 충격이 될 수 있으며, 소비와 투자의 리밸런싱이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를 낳을 수도 있다”고 경계했다.
이와 함께, 쉬어드 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에 대해 “완전히 하나가 된 통화동맹 하에서 재정은 거의 통합되지 않은 미스매치가 유로존 내 성장과 고용의 양극화를 야기하고 있다”며 “올해 0.5%의 마이너스 성장 이후 내년에 플러스(+) 1%로 반등하겠지만, 이는 정상수준에 비해 여전히 취약한 성장세”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유로존은 만들어질 때부터 하나의 정치적인 프로젝트였던 만큼 쉽사리 붕괴되지 않을 것”이라며 “정책 당국자들은 이번 위기를 통해 오히려 결합과 동맹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며 재정동맹이 한층 더 강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독일이 재정동맹에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유로존 결성으로 가장 혜택을 많이 본 국가인 만큼 그 혜택 만큼 비용을 부담해야할 것”이라고 점쳤다. 또 “결국에는 미국처럼 ‘유럽합중국(United states of Europe)’으로 갈 것이며 이는 과거 미국이 그랬듯이 10년, 100년간 서서히 진화해가는 방식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에 대해서는 “분기별 성장세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만큼 더디지만 분명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올해 3%에 근접하는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에 따라 연방준비제도(Fed)의 출구전략이 임박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일단은 경제가 개선되면서 자산매입으로 보유하던 채권을 만기에 재투자하지 않는 방식으로 서서히 재무제표를 줄일 것이며 이후 시차를 두고 기준금리 인상과 채권 매각 등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