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기업의 인수합병 규모가 5월에만 2340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이런 미국기업들의 신규 인수합병 소식이 연일 경제뉴스의 첫 머리를 장식하고 있다. 케첩으로 유명한 하인즈는 오스카마이어 맥스웰하우스 커피 등을 생산하는 크래프트를 450억 달러 규모에 인수해 세계 5대 식품회사로 발돋움하게 됐다. 케이블TV 업체인 차터커뮤니케이션스는 타임워너케이블을 550억 달러 규모에 합병해 미국 광대역 통신 시장의 30%에 육박하는 점유율을 확보하게 됐다. 이 외에도 크고 굵직한 인수합병 소식이 넘쳐나고 있다.
이는 초저금리 시장의 장기화로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한 기업들의 대규모 자금 확보가 용이해졌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CEO들의 경영의지가 금융위기 이후 불확실성으로 인해 곳간에 쟁여두었던 유동자금을 신규투자에 적극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투자선순환 현상의 부활은 최근의 인수합병 열풍을 불러일으키며 미국 경제의 반등과 함께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과 일본의 금융기관 및 대형 기업들도 최근 유럽과 미국의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을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아베 정권의 적극적인 통화 완화정책에 힘입어 내실을 다져온 일본 기업들이 본격적인 공격 경영에 나섰으며 중국은 과거 칭기즈칸처럼 무섭게 유럽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인수합병 열풍 속에서 안타깝게도 한국기업의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최근 한국 언론에서도 한국 기업들이 대규모 인수합병 시장에 동참해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 또한 외환수급 불균형 해소를 위해 공공부문의 해외투자 해외 인수합병 증권투자 등 해외투자 활성화 방안을 적극 마련하고 있다.
아직 신문지면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초대형 홈런 소식은 없지만 현재도 많은 한국의 강소(强小)기업들이 미국시장 진출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며 뛰어난 선구안을 발휘하고 있다. 규모는 작지만 알찬 투자를 통해 꾸준히 적시타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위탁생산을 하던 거래처를 인수해 글로벌 기업의 발판을 마련하는가 하면 미국 내 경쟁사를 인수해 생산거점 확보와 함께 시장점유율 증가를 꾀하는 등 발 빠른 해외투자를 통해 다양한 성공사례를 만들어내고 있다.
수출입은행은 이 같은 국내 강소기업의 해외 인수합병 성공사례와 함께 하고 있다. 해외 투자개발사업 해외 인수합병 투자 등을 위한 금융 해결책에서부터 국가별 투자환경 리스크 관련 정보 제공 등 비금융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우리 기업의 해외투자 파트너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기업의 미래 먹거리 분야인 의약 . 바이오산업 환경 . 에너지산업 등에 대한 해외투자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 글로벌 에너지 . 인프라 중소 . 중견기업의 해외진출 . 인수합병 의료서비스 해외진출 등 3개 분야 총 5개 사모펀드(PEF)에 출자해 77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고 있다. 이들 펀드는 해외 건설 . 플랜트 수주 선진화 중소 . 중견기업의 해외시장 진출 등에 견인차 역할을 할 예정이다.
글로벌기업의 거대 인수합병 열풍 속에서 탄탄한 한국 기업들이 개별 산업 및 시장에 대한 깊은 성찰과 기업 가치에 대한 냉철한 판단을 바탕으로 미국 인수합병 시장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기를 기대해 본다.
<2015년 6월 18일 중앙경제 종합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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